[현장IS] 전과자가 된 한지민, 운명처럼 다가온 '미쓰백' [종합]

'미쓰백'이 된 배우 한지민이 파격 변신을 감행한다. 전과자와 한지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극과 극의 이미지가 만나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냈다.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미쓰백(이지원 감독)'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미쓰백'은 스스로를 지키려다 전과자가 된 미쓰백(한지민)이 세상에 내몰린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참혹한 세상과 맞서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지민의 파격 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희준, 그리고 신인 아역 김시아가 출연한다. 

한지민은 파격이라는 설명이 모자랄 정도의 변신에 도전했다. 전과자에 마사지숍과 세차장 등을 다니며 돈을 버는 여인, 거친 피부에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인, 한 손엔 담배를 물고 가죽 점퍼를 대충 걸쳐입은 여인. 대중이 알던 한지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미쓰백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한지민도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자신에게 제안이 온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그럼에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가지고 연기했다. 한지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푹 빠졌다. 이걸 할 수 있을까란 의문보다는 무조건 하고 싶었다"며 "백상아 캐릭터의 감정이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와는 상이한 부분이 많았다. 백상아의 전사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말투나 시선 처리, 행동 같은 것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전이고, 용기를 내는 일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시나리오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보여드렸던 이미지가 있다보니, 변신이라는 말을 붙여주시는 것 같다. 배우로서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 감사하다. 두렵다기보다는 설렜다"고 밝혔다. 

사실 이지원 감독도 한지민과 미쓰백을 연결시켜 생각하지는 못했다. 이 감독 또한 대중이 갖고 있는 한지민에 관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지민과 미쓰백의 만남은 이 감독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는 "우연치 않은 기회에 주점에서 한지민을 우연히 만났다. 한지민이 지나가는데 스파크가 일어나는 느낌이 들더라. 첫 눈에 반한 느낌, 머리에 번개가 치는 느낌을 받았다. 아래 위로 검은 옷을 입고 클러치백을 옆에 끼고 지나가는데 가방이 일수 가방인 줄 알았다. 포스를 지닌 사람이었더라. 미처 예전에는 몰랐던 거다. 한지민에게 시나리오를 주지 않았던 상태였는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한지민은 변신을 위해 실제 음주 촬영까지 감행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서였다. 한지민은 "술의 힘을 빌려 촬영했다. 작품 안에서 술 취한 연기를 할 때 진짜 마셔서 취하게 되면 자연스러진다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를 찍었을 때도 술을 마시고 찍었다 그 신에 어우러질 수 있다면, 술을 마시고 하는 것이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배우는 미모를 버렸다. 반사판 대신 검은 판을 댔다. 얼굴엔 잔뜩 잡티 분장을 묻혔다. 쉽지 않은 시도다. 이 감독은 "한지민이 예쁜 줄 알았지만 이렇게 심하게 예쁜 줄 몰랐다. 모니터를 보며 지구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정도다. 촬영장에서 여배우에게 반사판이 따라다니기 마련인데, 오히려 백상아 캐릭터에 맞춰서 미모를 죽여야 했다. 반사판 대신 검은 판을 댔다"면서 "여배우로서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다 받아들이고 성심성의껏 임하더라. 한회차 한회차 다르게 한지민을 버리고 백상아가 돼 갔다. 마지막 쯤에는 모니터를 뚫고 잡아먹는 듯한 에너지와 파괴력을 보여줬다"며 한지민을 극찬했다. 

여배우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충무로에서 '미쓰백', 그리고 한지민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여성이 중점이 되는 영화에 타이틀롤을 맡은 한지민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지민은 "여성 캐릭터가 중점이 되는 시나리오가 많지 않다. '미쓰백'은 타이틀롤이고, 여성 중심 영화라는 조건들이 보이지는 않았다. 시나리오 자체가 정말 좋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그런 점에 힘을 줬다. 막상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뒤늦게 부담감이 오더라"고 털어놨다. 또 "촬영하고 개봉 시기가 늦춰졌는데, 그만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어두운 영화나 여성 영화가 상영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바라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서 외면받고 소외된 어린 아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여성 영화가 많지 않은 한국영화계에서 조금씩 영역이 넓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쓰백'은 오는 10월 11일 개봉한다. 

박정선 기자 [e-mail]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