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까지 올 시즌 10승 고지를 밟은 투수는 총 15명이다. 세스 후랭코프·조쉬 린드블럼·이용찬(이상 두산) 양현종·헥터 노에시(이상 KIA) 박종훈·메릴 켈리·김광현(이상 SK) 최원태·제이크 브리검·한현희(이상 넥센) 키버스 샘슨(한화) 임찬규·차우찬(이상 LG) 브룩스 레일리(롯데)가 그들이다. 다승 1위와 2위인 후랭코프와 린드블럼을 포함해 외국인 투수가 7명이고, 국내 투수는 8명. 삼성·NC·kt에는 아직 10승 투수가 없다.
이미 팀당 10경기 안팎만 남겨 두고 있는 상황이라 10승까지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9승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투수 네 명에게는 남은 한두 차례의 등판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다. 각자 10승을 달성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더 그렇다.
두산 이영하는 데뷔 3년 만에 첫 10승 고지를 기대하고 있다. 26일 잠실 넥센전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가 불펜진 난조로 10번째 승리를 눈앞에서 놓치는 아쉬움도 맛봤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려 온 두산 유희관에게도 올 시즌 1승을 더해 10승을 채우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미 유희관이 여러 차례 갈아 치운 두산 왼손 선발의 역사를 한 번 더 새롭게 쓸 수 있다.
나란히 9승에 머물러 있는 LG 외국인 투수 듀오 타일러 윌슨과 헨리 소사도 마찬가지다. 둘은 나란히 평균자책점 2위와 3위에 올라 있으면서도 승운이 따르지 않아 아직 10승을 채우지 못했다. 윌슨은 KBO 리그 첫 시즌에 '10승'이라는 이정표를 남기고 싶고, 소사는 2014년부터 시작된 연속 시즌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을 '5'로 늘리고 싶다. 무엇보다 소속팀 LG는 치열한 5강 싸움을 하고 있다. 이들의 호투와 승리는 팀의 운명과 직결된다.
이들의 어깨에는 '2018년'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2015년 144경기 체제가 시작된 뒤 4년 만에 10승 투수가 가장 적게 배출될 위기다. 더스틴 니퍼트(kt) 윤성환(삼성) 장원준(두산)처럼 꾸준히 두 자릿수 승 수를 올리던 베테랑 선발투수들이 올해 연쇄적으로 부진한 데다, 이들의 뒤를 이을 만한 젊은 투수들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2015년에는 10승 투수가 무려 26명에 달했다. 외국인 투수 13명, 국내 투수 13명으로 비중이 반반이었다. 외국인 선수인 에릭 해커(당시 NC)가 19승으로 다승왕에 올랐다.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2016년에는 한꺼번에 8명이 줄어 18명(외국인 투수 8명, 국내 투수 10명)이 두 자릿수 승 수를 쌓았다. 다승왕은 22승을 올린 니퍼트(당시 두산)였다.
지난 시즌에는 다시 20명으로 반등했다. 외국인 투수 10명과 국내 투수 10명이 10승 이상을 올렸다. KIA에서 20승 투수 두 명(양현종·헥터)이 나와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올해는 다시 20명에 못 미치는 숫자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10승 투수가 팀당 두 명꼴도 나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대로 40홈런 타자는 144경기 체제에서 가장 많이 배출됐다. 벌써 4명이 40홈런 고지를 밟았고, SK 한동민도 데뷔 첫 40홈런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015년 3명-2016년 2명-2017년 1명에 비해 확실히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