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지성-가족=0'이다. 미혼 배우들의 열애는 물론, 이미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기혼 배우들도 인터뷰에서는 웬만하면 가족 이야기를 잘 꺼내려 하지 않는 것이 추세다. 하지만 지성은 달랐다. 기승전 아내 이보영, 딸 지유였다. 질문하지 않아도 결국 '가족'으로 귀결되는 답변에 취재진이 두 손 두 발을 다 들 정도. 의도하지 않은 애정표현도 그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일 뿐이다. 물 흐르듯 흘러나온 이야기들에 부러움 섞인 야유와 탄성이 쏟아지자 지성은 멋쩍어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끝까지 다 털어놨다.
상업 영화로는 '좋은친구들(이도윤 감독·2014)' 이후 4년 만이다. 영화 '명당(박희곤 감독)'을 통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지성은 그 사이 '대상 배우'가 됐고, 시청자들에게 인정받은 존재감 넘치는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때문에 지성이 많은 남배우들이 호시탐탐 노렸던 '명당'의 흥선 자리를 꿰찼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그가 연기해낼 흥선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물론 지성은 "부족한 부분이 많고, 즐기지 못했다"는 겸손함을 표했지만, 지성은 딱 '지성스러운 연기'로 자신만의 흥선을 완성해냈다. - 스크린 복귀작으로 '명당'을 택했다. "시나리오의 첫 느낌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대박 날 영화다'라는 생각 보다는 사람 냄새나는 스토리 같았다. 영화는 더 재미있게 나왔더라."
- 오랜만에 찾은 스크린이다. "사실 영화쪽 기회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땐 먼저 약속된 드라마 스케줄이 있었다. 무리하게 영화와 드라마 두 작품을 동시에 하고 싶지는 않더라. 반대로 영화를 택하면 아무래도 드라마를 멀리하게 된다. 어떤 것도 선택하기 쉽지 않더라. 다만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 드라마를 계속 만나게 되는 것 같다.
- '명당'은 사극도 사극이지만 흥선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그 지점이 날 이끈 것 아닐까 싶다. 캐릭터의 매력이 분명하게 있었다. '명당' 속 흥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흥선의 모습과, 그렇지 않은 모습이 섞여있다. 배우라면 한 번쯤 연기해보고,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 부담감은 없었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지기를 바랐다. 조금 지나친 것 같아도 그 순간 흥선의 솔직한 심경을 연기에 녹여내고 싶었다."
- 광기어린 모습도 보인다. "흥선에게 광기는 어쩌면 당연하다. 왕족으로 태어나 '상갓집 개'로 살아야 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라는 과정도 분명 올바르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상으로는 나이가 있는 설정으로 나오지만 실제는 20대 초반이었다고 하더라. 더 불안정한 시기다. 그가 모든 사람에게 특출나 보일 수 있었고, 어려운 농민들이 그를 따르는 상황에서 기회를 잡았다면 정상적으로 행동하지 '이 터는 내가 가져야겠소'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 같더라. 그걸 표현하기 위해 그렇게 연기했다." - 애처로운 등장이었다. "연기하기도 불편했다. 하고 싶은건 많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덤볐다.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기 위해 납작 엎드렸을 때 '아, 흥선의 위치가 이 정도구나'를 실감했다. 바닥에 떨어진 전을 먹으러 다가갈 때도 순간 '먹을까, 말까' 싶었지만 '먹자!' 하게 되더라.(웃음) 흥선의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 신을 초반에 찍었다면 흥선을 연기하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액션도 선보였다. "'액션은 미리미리 준비하자'는 생각이 있어 개인 무술 감독님을 통해 꾸준히 트레이닝을 받아 왔다. 말 타는 것이나 칼 쓰는 것, 몸 쓰는 것 등 따로 준비한 것은 없다. 생활이다. 딸에게 아빠가 건장하다?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하하. 집에 와서 같이 트레이닝을 할 때도 있는데 딸이 옆에서 발차기, 스트레칭 등을 열심히 따라한다. 올해 4살이다.(웃음)"
- 아쉬운 점은 없나. "당연히 있다. 내 연기는 다 아쉽고 부족해 보인다. 나는 연기를 개인적으로 즐기지 못한다. 공부하듯 하는 습성이 있다. 타고나지 못한 노력형이다. 20년 전을 생각하면 진짜 발도 못 뗐다. '어떻게 하면 발을 뗄 수 있을까, 입을 뗄 수 있을까,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지금까지 온 것 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대단하다' 말해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매 작품을 즐기지 못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게 된다."
- '명당'도 즐기지 못했나. "부끄럽지만 많이 즐기지 못했다. 진심으로, 누구에게도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혹시 내가 감독님, 여러 배우들, 스태프 분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그게 항상 죄송스럽고 걱정됐다. 다만 '명당'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아 '이제는 좀 즐기자. 즐겨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한다. 특히 '이 터는 내가 가져야겠소'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더 그런 다짐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