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극 '러블리 호러블리'가 지난 2일 3.3% 시청률로 종방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지난달 24일 방송된 25회는 1.0%까지 떨어졌다. 추석 당일이라 지상파 드라마 중 유일하게 정상 방송됐는데도 전혀 이득을 보지 못했다.
KBS 2TV 수목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오늘의 탐정'은 2회에서 4.4%로 정점을 찍은 뒤 내려가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10회에서 3.8%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13·14회에서 다시 2.6%로 하락했다. 두 작품 모두 동 시간대 꼴찌다.
'러블리 호러블리'와 '오늘의 탐정'은 로맨스와 수사물을 베이스에 두고 호러 요소를 결합해 젊은 시청자를 겨냥했다. 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은 '러블리 호러블리'에 대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작품"이라고 했고 '오늘의 탐정'에 대해서는 "특색이 강하고 장르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작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장르물이 tvN이나 OCN 등 CJ ENM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에 도전했다는 의의만 남았다.
방송가는 "요즘 TV 보는 사람이 누가 있나" 하고 자조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콘텐트가 풍부해지며 전체 시청률 파이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지난달 종방한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최고시청률 11.0%)'처럼 작품성이 받쳐 줘 좋은 시청률을 거둔 사례도 있다.
KBS의 문제는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시대와 동떨어진 발걸음을 보인다는 점이다. 자기 채널만의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불렸던 중·장년층마저 무너지는 모양새다. 젊은 시청자를 잡기는커녕 기존에 있던 시청층까지 이탈하고 있다. 지상파 미니시리즈 최저시청률 기록을 가진 채널 역시 KBS('맨홀' 1.4%)다.
스타 PD들의 이탈 역시 KBS 드라마국이 균열되는 데 한몫했다. 최근 몇 년간 KBS에서 가장 성공한 주 중극은 '태양의 후예(최고 38.8%)'와 '구르미 그린 달빛(23.3%)'인데, 두 작품을 연출한 PD들은 현재 KBS 소속이 아니다.
이응복 PD는 KBS를 퇴사해 CJ ENM 계열의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에서 '도깨비'와 '미스터 션샤인'을 연출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김성윤 PD도 지난해 4월 JTBC로 이적했다. 이 밖에 '고백부부' 하병훈 PD와 '쌈, 마이웨이' 이나정 PD는 각각 JTBC와 스튜디오 드래곤으로 거처를 옮겼다.
방송계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베테랑 PD들의 이탈은 제작 노하우 전수의 단절로 이어진다. 새로운 PD를 키우는 데는 많은 시간이 든다. KBS 드라마국의 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