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라보는 쿠니무라 준의 시각은 국적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우문'이 될 수 있는 질문에 '현답'만 내 놓은 쿠니무라 준이 심사한 영화라면 믿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5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이하 부국제) 뉴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뉴 커런츠 심사위원 김홍준 감독, 시 난순(SHI Nansun) 프로듀서, 라비나 미테브스카(Labina MITEVSKA) 배우 및 프로듀서, 나센 무들리(Nashen MOODLEY)) 시드니영화제 집행위원장, 쿠니무라 준(KUNIMURA Jun) 배우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채로운 내용이 오간 가운데 이날 자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쿠니무라 준이었다. 쿠니무라 준은 한국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 출연 배우로 부국제를 방문한데 이어 올해는 뉴 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에 재방문, 반가움을 자아냈다.
쿠니무라 준 역시 "부산에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을 너무 기쁘게 생각한다. 예전에 왔을 땐 영화 출연자로서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심사위원으로 오게 됐다"며 "심사위원 역할이 첫 경험이라 부담스럽지만,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잘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쿠니무라 준은 배우로서 영화를 보는 관점과 심사 기준을 묻는 질문에 "난 기본적으로 관객의 시각에서 영화를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배우이기도 하기 때문에 '만약 내가 이 작품의 각본을 봤을 때 작품에 참가한다면 어떻게 이미지화 하려고 노력했을까, 현장에서 이 신은 어떻게 찍었을까, 이렇게 찍으면 어땠을까, 어떻게 찍으면 가장 좋았을까,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등을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내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보게 될 것이다"며 "늘 각본, 영상, 전체적 타이밍을 상상하면서 영화를 봐 왔고, 앞으로도 그런 관점으로 보려고 한다. 심사도 그렇게 진행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쿠니무라 준은 일본 배우로 최근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 문제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예민할 수 있는 질문이었고, 자리가 자리인 만큼 굳이 답변하지 않아도 되는 질문이었지만 쿠니무라 준은 피하지 않았고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전해 눈길을 끌었다. 오히려 해당 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듯 자세한 설명을 더 원하기도 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오는 11일 제주도에서 개최하는 '2018 국제관함식'에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게양하고 참석하겠다고 밝혀 거센 반발을 받고 있다.
"욱일기라고 하는 것이 일본 해군 자위대의 전통 깃발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고 운을 뗀 쿠니무라 준은 "하지만 우리보다 더 앞선 세대에서, 특히 한국 분들은 이 깃발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또한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위대로써는 욱일기가 자신들의 전통이기 때문에 굽힐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 번쯤 과거사를 이해 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이 든다"며 "사실 현 일본 정부는 욱일기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일본 안에서도 여러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배우로서이기 보다도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배우로, 한국에서, 부산에서 쿠니무라 준이 내놓은 답변은 모두를 놀랍게 하기 충분했다. 너무 당연한 내용이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기에 불거진 논쟁이다. 역사관으로 모든 것을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국과 쿠니무라 준의 인연의 끈은 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