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에 한국어를 전파하고 있다. '팝의 본고장'인 영미권에서 한국어 '떼창'이 터져 나왔고, 런던과 뉴욕 지하철 한복판에 한국어 안내가 붙었다. 방탄소년단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축사에서 "세계의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의 한글 노랫말을 받아 적고 함께 부른다. 한류 확산뿐 아니라 한글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정부는 자랑스러운 방탄소년단께 문화훈장을 드리기로 전날 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8일 국무회의에서 한류 확산에 기여한 방탄소년단 멤버 7명에게 문화훈장 5등급인 화관문화훈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방탄소년단을 '우리말 으뜸 알림이'로 선정하고 "방탄소년단이 세계 으뜸 노래꾼으로 꼽히고 유엔에서 연설까지 했다. 한글로 된 가사로 노래를 불러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우리말 노래꾼"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은 '러브 유어셀프' 투어로 전 세계를 돌며 민간외교 중이다. 발매한 지 43일 만에 조회 수 2억 뷰를 달성한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한글 '사랑'이 등장하고, 미국의 최고 인기 여성 래퍼 니키 미나즈와 협업한 뮤직비디오에 영어 랩 가사가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돼 화제를 모았다. 노래에도 '덩 기덕 쿵 더러러' '얼쑤' '지화자' 등 국악 요소의 추임새가 섞여 있다.
전 세계 팬들은 이들의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따라 부른다. 최근 스타디움 공연에서도 한국어 '떼창'이 터져 나왔다. 4만 관객은 아미밤(방탄소년단 응원 봉)을 흔들며 장관을 연출했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7호선에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울려 퍼졌고 역 입구에 공연장으로 가는 길이 한국어로 안내돼 있다.
현지 주민은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 가사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영상이 인기다. 한국어 강좌를 듣는 것은 '쿨'한 일이 됐고 백인들이 한인 타운의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먹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고 밝혔다. 음악 전문 매체 롤링스톤지는 '뉴욕 시티필드에서 환호성이 가득한 쇼로 미국 투어를 마무리했다. 노래 가사 대부분은 한국어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가사를 찾아보기 전까지 오히려 더 신비하게 느껴진다.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정말 아름답다'는 팬들의 인터뷰를 전했다.
현지 시간으로 9일 영국 런던 오투아레나에서 열린 공연 열기 또한 뜨거웠다. '떼창'과 함성은 기본, 방탄소년단으로 도배한 2층 버스가 돌아다녔고 멤버들의 얼굴 벽화가 그려진 건물은 뜻밖의 관광 명소가 됐다. 유명 정치 칼럼니스트인 브로웬 매덕스는 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와 한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에 빠진 딸 때문에 한국에 대해 알게 됐다가 이제는 내가 더 열광하게 됐다. 기막히게 재밌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한국어 강좌는 전 세계에서 수요가 넘쳐 난다. 이 총리는 한글날 축사 중 "이미 한글은 우리만의 글이 아니다.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올해까지 57개 나라, 174곳으로 늘었다"며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 문화 콘텐트의 국제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했다. 뉴욕 퀸스공립도서관 내 한국어 강좌 대기자 수가 늘었고, LA 타임스는 '약 2년 반 전만 해도 한인 2세들이 조상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공부하던 한국어 강좌가 이제는 다른 차원이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