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여파가 아니었다. 집중력 저하가 문제였다. 롯데 얘기다. 벤치의 선택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롯데는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0-7로 패했다. 믿었던 1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홈런 4개를 허용하며 6실점을 했다. 9월 셋째 주 이후 뜨겁게 달아올랐던 타선도 주춤했다. 1차전에서도 선발은 무너지고 공격은 약했다. 1-10로 완패했다. 9일 열린 5강 경쟁팀 KIA와의 맞대결에선 연장 승부 끝에 끝내기 승리(11-10)를 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리그 9위, 상대 전적(11승1무2패)도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팀에 발목 잡혔다. 5강 경쟁도 험난해졌다.
1차전 시작과 동시에 조짐이 보였다. 1루수 채태인이 연거푸 포구 실책을 범하며 선발투수 박세웅을 흔들었다. 2루수 앤디 번즈도 기본을 망각한 포구를 하다가 공을 뛰로 빠트렸다. 9일 KIA전 혈투 여파로 설명될 수 없었다. 집중력이 좋지 않았다. 몸 상태 탓을 하기도 애매한 장면이었다.
2차전에선 전날 보여준 투지가 사라졌다. 상대 선발투수 김민의 투구수가 증명한다. 7회까지 74개 밖에 던지지 않았다. 5구까지 가는 승부가 드물었다. 예상보다 좋은 상대 구위에 눌렸고 성급한 스윙이 나왔다. 물론 롯데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뜨거웠다. 9월 셋째 주부터 9일까지 팀타율, 홈런, 타점 모두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풀리지 않는 경기에서 태세 전환을 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역시 집중력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었다.
벤치의 판단도 매우 아쉬웠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총력전을 선언했다. 불펜도 모두 대기시켰다. 그러나 1차전과 2차전 모두 '선택'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다. 선발투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교체를 하지 않았다. 1차전 스윙맨으로 나선 정성종이 좋은 투구를 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레일리도 4회까지 피홈런 3개를 허용했다면 바꿔 주는 게 정석이다.
불펜 운용도 마찬가지다. 대체 선발 후보로도 거론됐던 윤성빈은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나섰다. 1차전에서 필승조를 아낀 상황이었다. 내부 사정을 알 순 없지만 의아한 운용이었다.
시즌 후반 순위 경쟁을 달구며 리그에 활력을 불어 넣은 팀이다. 두 경기 실각으로 평가는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치명적인 패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