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삼성 감독은 올 시즌 장필준-최충연-심창민을 중심으로 필승조를 운영했다. 장필준과 최충연이 각각 13홀드와 16홀드, 심창민이 17세이브를 기록했다. 시즌 막판 심창민의 페이스가 꺾였을 땐 최충연이 마무리를 맡아 8세이브를 수확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4.66으로 리그 2위. 전력을 유지한다면 내년 시즌에도 불펜 걱정이 크지 않다.
문제는 변수다. 일단 심창민의 군대 문제가 걸려 있다. 1993년 2월생인 심창민은 내년이면 만 나이로 26세다. 미필로 지난 8월에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기대했지만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현 시점에선 국제 대회를 통한 병역 혜택을 기대하기 어렵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시나리오가 있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올림픽 최종엔트리에 포함되고 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두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 나이 27세로 지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는 상무야구단에 들어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본인이 (입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본인 판단이 중요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심창민이 입대하면 대안은 최충연이다. 최충연은 올해 69경기에 등판해 2승6패 8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4를 기록했다. 성적이 말해주듯 중간과 마무리에서 모두 활약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앞세워 9이닝당 삼진이 10.71개. '불펜 100삼진'도 달성했다. 컨트롤을 잡으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누렸다. 그러나 김한수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앞으로 충연이에 대해선 고민을 해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보직이 고민이다. 삼성이 최충연에 기대한 첫 번째 역할은 불펜이 아닌 선발이다. 탄탄한 체격조건(190cm·85kg)을 갖춰 2016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을 때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최충연도 "주변에서 선발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내 몸 상태나 피칭 스타일을 봐도 (최종적으로) 선발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시도는 계속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 입장에선 최충연을 선발로 돌리는 건 결단이다. 심창민의 군대 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고심은 더 깊다.
오승환이 팀에 돌아온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심창민의 입대로 인한 공백을 채우고 최충연의 보직 전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최충연이 불펜에 남는다면 장필준-최충연-오승환으로 불펜을 가동할 수 있다. KBO리그 최고 수준의 구원진이다.
일단 17일 귀국 인터뷰에서 국내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원소속팀 콜로라도와의 계약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꽤 많다. 삼성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2016년 1월 KBO로부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원정 도박)를 받아 복귀시 시즌 절반을 뛰지 못하더라도 구미가 당긴다. KBO 리그 통산 277세이브를 기록한 경력을 고려하면 팀 상황을 180도 바꿀 수 있는 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