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첫 유럽 투어를 통해 또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 주요 도시 4곳에서 10만 명을 동원하는 성과를 얻었고, 글로벌 인기는 한류 확장의 발판이 됐다. 각종 매체와 방송 러브콜 등 쉴 틈 없는 스케줄로 건강관리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으나, 멤버들은 "내년을 기약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 도시' 파리도 BTS 열풍
방탄소년단은 20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규모 공연장인 아코르호텔스아레나에서 '러브 유어셀프' 유럽 투어 피날레를 장식했다. 데뷔 6년 차에 처음으로 유럽 투어를 한 방탄소년단은 영국 런던 O2아레나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코돔, 독일 베를린 메르세데스 벤츠아레나 등 기본 2만 석 규모의 주요 공연장을 순식간에 매진시켰다. 가는 도시마다 '아미 텐트촌'이 형성됐고, 한국어 떼창이 울려 퍼지는 등 방탄소년단을 향한 현지의 뜨거운 팬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 공연 티켓은 암표 시장에서 최고 3000유로(약 390만원)에 거래됐고, 이탈리아에서 원정 관람을 온 팬도 다수였다. 공연 중 방탄소년단을 보고 실신하는 팬들이 있었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프랑스 공영 AFP통신은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런 흥행 성적은 보통 롤링 스톤스·폴 매카트니·브루스 스프링스틴·마돈나·비욘세 등 앵글로색슨계 슈퍼스타들에게 국한된 것이었다"고 놀라워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는 "비틀스가 해방을 갈구하던 세대의 희망을 결집한 것처럼, 방탄소년단은 가능성과 실패로 가득찬 세상에서 이정표 없이 자신의 길을 찾아내기를 두려워하는 밀레니엄세대에게 동반자가 돼 준다"며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승승장구를 멈출 없을 것"이라고 비틀스 신드롬을 방탄소년단이 이어받았다고 극찬했다.
문화 전도사가 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을 향한 열렬한 팬심은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방탄소년단이 어떤 나라에서 왔는지 궁금하다"라는 팬들의 이야기에 주목한 정부는 이들과 협업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럽 지사는 파리 공연장의 VIP 라운지를 빌려 프랑스의 주요 바이어들을 대거 초청, 한국 전통음식을 홍보했다. 우리나라의 장과 절임, 김치 등 전통 발효식품을 상품화한 제품들이 전시됐고, 한국의 전통 식재료를 프랑스 요리에 접목한 퓨전 식품을 소개했다. 현지 바이어들은 한국 전통음식을 맛보고 프랑스로 수입 가능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민호 aT 유럽 지사장은 "현지 바이어들을 우리 식품 홍보 행사에 한꺼번에 초청하기가 매우 쉽지 않은데, 방탄소년단의 파리 공연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을 널리 알리고 있는데 우리 식품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 트레지엄 아트 극장에서 열린 '한불 우정 콘서트'에 초대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청와대는 "음악과 공연은 언어와 국가, 인종을 초월한다. 언어를 초월한 음악적 열정, 늘 보다 나은 음악을 보여 주겠다는 끈기로 이 자리에 섰다"며 방탄소년단에 대해 언급했다. 멤버들은 미국 시사 매거진 타임에서 "K팝 홍보대사 혹은 전도사 역할로 불리는 것은 영광이다"라며 "우리 할아버지 전 세대만 하더라도 남북전쟁을 겪은 힘든 세대다. 그 시기를 거쳐 우리가 지금 한국을 대표하고 있고 많은 한국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우리 아버지 세대나 할머니·할아버지 세대가 자랑스러워한다. 그게 가장 좋다"고 밝혔다.
성과 뒤 아쉬움도
K팝의 불모지로 불렸던 유럽을 뒤흔든 방탄소년단이지만 공연장에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달간 북미 투어를 마치고 곧장 유럽 투어에 돌입한 뒤 멤버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인 것. 멤버 뷔는 컨디션 악화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파리 공연에서 눈물을 쏟아 냈다. 팬들은 공연장 안팎에서 위로를 건넸다. 트위터에는 '#GetWellSoonTaehyung(괜찮아질 거야 태형)'이라며 뷔의 본명과 함께 응원의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오투아레나 공연을 앞두고 정국이 발꿈치 부상을 당했을 때에도, 건강 이상으로 BBC 인기 예능 '더 그레이엄 노튼쇼' 녹화에 불참한 지민의 소식이 알려졌을 때에도 팬들은 한결같은 응원을 보낸 바 있다. 정국은 "무대에서 밝은 노래가 나오는데 춤추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슬펐다. 처음엔 감정적으로 생각했는데 남은 투어도 있고 스케줄도 있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건강관리를 잘하겠다"고 팬들과 약속했다.
멤버들이 느낀 아쉬움은 새로운 도약에 계기가 될 전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7년 조기 재계약을 발표한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전부터 지금까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음악은 물론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일깨워 준 방시혁 멘토를 존경한다. 그동안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 빅히트와 함께 전 세계 팬들을 위해 더 멋진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행보를 예고했다. 빅히트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보여 주고 있는 아티스트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 줘야 한다는 것이 빅히트의 철칙"이라며 "방탄소년단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활동을 위해 재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100여 명 규모인 방탄소년단 전담팀을 더욱 강화해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2018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화관문화훈장을 받는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200'에 연이어 1위로 진입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유엔(UN) 정기총회에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울림 있는 연설을 하며 세계적으로 활약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는 방탄소년단 멤버 7명 전원에게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