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에도 이승우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나오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농구대잔치 시절 인기도 되찾지 않을까요."
지난 18일 프로농구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만난 김승현(40) MBC SPORTS+ 해설위원은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본격적으로 해설을 시작하고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그는 날카로운 분석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알기 쉽게 경기를 풀어내고 있다.
김 위원은 "첫 시즌엔 중·저음인 목소리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지루하게 들릴까 봐 걱정이 많았다"면서 "더 재밌고, 친근은 해설을 하기 위해 집에서 혼자 '하이 톤'으로 말하는 연습을 했다. 평소엔 과묵한 편이지만 농구에 관한 얘기를 할 때만은 수다스럽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프로농구 역사상 최고의 가드로 꼽힌다. 동국대를 거쳐 지난 2001년 대구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그는 데뷔 시즌(2001~2002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현란한 드리블과 허를 찌르는 패스를 주 무기로 단숨에 코트를 정복한 그는 사상 최초로 신인상과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쓸었다. '매직 핸드(Magic Hand)'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다. 현역에선 2014년 물러났다.
김 위원은 "해설하는 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히려 현역 때보다 경기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다. 어떤 게 잘되고 무엇이 필요한지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설하며 돌발 상황도 겪었다. 그는 "중계 중 소변이 너무 마려워서 참느라 진땀을 뺀 적이 있다"면서 "이후부턴 경기 전에 커피도 안 먹는 버릇이 생겼다"며 웃었다.
김승현(왼쪽) 해설위원과 아내 한정원(오른쪽).김승현 SNS
아내의 내조도 김 위원에게 큰 힘이다. 그는 지난 5월 배우 한정원(31)과 결혼했다. 김 위원은 "아내가 모니터도 해주고 목에 좋은 음식들도 차려줘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일찍 결혼했다면 현역 생활도 더 오래 하지 않았을까"라며 농담을 건넸다.
올 시즌 우승 후보로 개막 4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울산 현대모비스를 꼽았다. 유재학 감독의 시스템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베테랑 양동근(37)과 함지훈(34)이 버티는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즌에 귀화 혼혈 선수 문태종(43)과 미국 출신 귀화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9·한국명 라건아)가 입단하면서 선수층이 대폭 강화됐다.
문태종은 2016년 오리온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던 에이스고, 라건아는 국제 무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스타플레이어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섀넌 쇼터(29)와 디제이 존슨(25·이상 미국)까지 가세해 막강 전력을 구축했다. 유 감독을 제외한 9개 구단 감독 중 7명이 현대모비스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김 위원은 "올스타팀을 보는 것 같다"면서 "전력이 워낙 탄탄해 역대 최고 승률로 우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위원의 꿈은 농구가 다시 전성기를 맞는 것이다. 그는 "축구대표팀 스타 이승우(베로나)처럼 농구계에도 잘생기고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면서 "그들이 코트 위에서 재능을 발산하고 멋진 플레이를 펼치면 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허훈(23·kt)과 올 시즌 신인 최대어가 될 변준형(22·동국대)을 '농구판 이승우' 후보로 꼽았다.
주목해야 할 외국인 선수로 인천 전자랜드의 기리 팟츠를 뽑았다. 김 위원은 "키 183cm에 몸무게 100kg급인 팟츠는 움직임이 부드러우면서도 폭발력 있다. 수비까지 좋은 매력적인 선수"라면서 "올 시즌 전자랜드가 현대모비스의 대항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