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FC 서울 감독의 복귀전은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20일 위기에 처한 서울을 구하고자 돌아온 '독수리'의 복귀전이 열렸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3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였다.
최 감독이 선택한 전술은 수비 안정이었다. 스리백을 들고 나와 수비에 집중한 뒤 역습을 노렸다. 서울은 이렇다 할 득점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공들였던 수비도 한 번에 무너졌다.
후반 37분 수비수 김남춘의 실수로 제주 찌아구에게 공을 내줬고, 찌아구는 오른발 슈팅으로 서울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 골은 결승골이 됐고, 최 감독의 복귀전은 0-1 패배로 마무리됐다. 이 패배로 서울은 10경기 연속 무승(3무7패)의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최용수 효과'는 없었다.
K리그1 정규 라운드가 종료됐고, 이제 서울은 창단 이후 최초로 하위 스플릿에 참가한다. 승점 35점으로 리그 9위. K리그2(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할 때다.
서울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0)와 승점 차가 5점에 불과하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 전남 드래곤즈(승점 32)와는 3점 차다. 10위 상주 상무(승점 33)는 2점 차로 추격하고 있다. 7위 강원 FC와 8위 대구 FC는 승점 39점으로 서울에 앞서 있다.
최 감독은 이제 하위 스플릿 5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서울의 운명과 최 감독의 운명이 걸린 5경기다.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짓는 것과 동시에 다음 시즌 도약을 위한 동력이 담겨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첫 경기에서 실패로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천하'의 최용수라도, '서울 레전드'라고 해도 올 시즌 내내 문제점투성이였던 서울을 단 한 경기 만에 바꿀 순 없다. 최 감독이 떠나 있는 동안 서울은 변했고, 최 감독도 변했다. 당연히 팀 파악과 적응할 시간이, 문제점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서울은 최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최 감독을 제외하곤 이를 해낼 사람이 없다.
최 감독은 22일 일간스포츠와 한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FC 서울의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FC 서울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겁이 많아졌다. FC 서울의 선수들은 그러면 안 된다. 싸우고 물고 뜯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과로 입증하겠다는 자신감은 숨기지 않았다.
최 감독은 "FC 서울은 자존심, 전통, 역사가 있다. FC 서울은 강등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남은 5경기 동안 나와 선수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다.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에서 매듭을 잘 풀면 남은 경기도 잘 풀릴 수 있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방심과 여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감독은 "설마설마하다 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생각 자체를 해선 안 된다"며 "만만한 팀이 한 팀도 없다. 지금 FC 서울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되돌아보고,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복귀전에서 스리백을 내세웠다. 시원하고 화려한 경기력보다 승점을 얻고자 하는 의도였다. 최용수의 색깔을 입히는 것은 다음 문제, 다음 시즌 이야기다. 당장 급한 것은 승점 3점, 1부리그 잔류다. 실수로 실점을 허용하긴 했지만, 단단한 수비는 '서울맨' 최 감독이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격이다. 득점해야 승점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최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다. 그가 전성기를 보냈던 서울의 공격진과 지금 공격진의 갭이 크다. 최 감독이 "데얀, 몰리나급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이유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1에서 팀 득점 꼴찌다. 35골이 전부다. 두 자릿수 득점자가 없다. 팀 내 득점 1위가 미드필더 고요한의 7골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최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최 감독은 "공격적 부분에서 고민이 많다. 득점해 줄 수 있는 확실한 킬러가 없다"고 털어놨다.
위기의 순간에 박주영이 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최 감독은 자신과 궁합이 잘 맞았던 박주영을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박)주영이의 몸 상태가 아직 좋지 않다. 하지만 주영이는 위기의 시기에 경기에 들어가서 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주영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몸 상태를 지켜볼 것이고, 경기에 나서서 활약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에겐 아직 '450분'이 남아 있다. 450분이 지난 뒤 '최용수 효과'를 논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