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이쯤되면 영화계 전체 보이콧에 수상 거부도 할 말 없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대종상영화제다.
22일 치러진 제55회 대종상영화제가 수상자자들의 대거 불참, 대리수상, 방송사고 등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조직위원회는 23일 오후 이날 시상식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 대리수상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내용을 종합하면 "문제없다"는 한 마디로 모든 논란에 대한 입을 싹 씻으려는 모양새다. 거기에 불난집에 부채질이라도 하려는 듯 수상작에 모든 책임을 전가, 관계자들을 또 한 번 경악케 했다.
올해 대종상영화제의 가장 큰 피해작은 영화 '남한산성(황동혁 감독)'이다. '남한산성'은 이번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조명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시상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조명상과 음악상은 영화와 관련없는 인물들이 대리수상해 관계자들을 어이없게 만들었고, 그 중 조명상은 트로피조차 전달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상을 대리수상한 가수 한사랑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너무 바빠 참석하지 못한 관계로 제가 대신 나왔다. 저는 가수 겸 배우 한사랑이다. 축하 드린다"고 흡사 준비된 듯한 멘트를 또박또박 이야기 하고 내려갔다. 이튿날까지 한사랑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하며 주목 받아야 할 수상자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앗아갔다.
이에 대해 조직위원회는 "음악상의 한사랑, 촬영상의 라아리 대리수상은 각 협회(한국영화음악협회, 한국촬영감독협회)의 추천을 받아 선별한 것이다"고 밝혔다.
대리수상자를 따로 선별한 이유에 대해서는 "음악상 수상자 류이치 사카모토 감독은 미국 스케줄이 있고, 촬영상 수상자 김지용 감독은 프랑스에 스케줄이 있어 '남한산성' 제작사에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직위원회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남한산성' 제작사 김지연 대표의 행동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는 한 마디를 덧붙여 적반하장의 끝을 보였다.
제작사와 사전 연락이 힘들었다는 이유는 어처구니없는 핑계에 불과하다. 제작사가 연락이 안 된다면 배급사 혹은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어도 된다. 또 한 편의 영화와 관계된 인물은 수십에서 수백이 넘는다. 찾으려는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였다면 못 찾을 이유가 없다. 제작사와 연락이 안 됐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와 관련없는 인물을 대리수상자로 내세웠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그들만의 속사정이다.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수상자마저 기분 나쁘게 만드는 창의적(?) 진행 방식으로 시상식이 끝난 후까지 관련된 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시상식내내 분·초 단위로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대종상영화제는 문제 발생 후 사태 파악은 물론, 후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 공식입장이라고 발표한 내용은 표명하지 않으니만 못하게 됐고, 사라진 조명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암흑 같은 시상식에 이어 파국의 끝을 달리고 있는 대종상영화제는 반백년 역사에 스스로 오물을 투척하며 자폭했다. 영구 폐지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