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고령 대가야읍에는 대가야 시대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이 한데 모여 최대 규모의 고분군이 조성돼 있다.
크고 작은 700여 개의 고분이 모여 있지만, 학술적으로 특히 의미 있는 곳은 44호 고분이다. 여기서 학자들은 이승과 저승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당시의 내세사상과 ‘순장 문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순장은 왕 또는 가장이 죽었을 때 그를 모시던 신하나 시녀, 처나 첩 등을 함께 매장해 죽어서도 살아 있을 때와 똑같이 시중을 들고 생활할 수 있도록 했던 당시의 문화다.
44호 고분은 주산 정상 부근, 밑 지름이 27m인 대형 고분 중 하나다. 1977년 처음 조사됐는데, 발굴 당시에 이미 도굴돼 금귀걸이와 청동 그릇 정도만 남아 있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어떤 고분보다 가장 많은 순장자가 발굴됐다는 것이다.
44호 고분 가운데에는 왕이 묻힌 큰 돌방이 있고, 그 남쪽과 서쪽에 껴묻거리를 넣는 돌방이 2개 있다. 또 그 주위에 작은 순장자의 무덤이 32개나 있다. 학자들은 이 무덤에만 40여 명이 묻힌 것으로 추정한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이런 지산리 44호 고분의 내부를 원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무덤의 구조와 축조 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이 매장된 모습, 부장품들까지 볼 수 있다.
순장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근방의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에는 ‘임종체험관’을 마련해 가야인들이 만든 금은제 귀걸이와 장신구, 동
·서
·남
·북상에 유리를 설치해 놓고 관광객들이 들어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매주 월요일에 정기 휴관이며, 관람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이다.
권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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