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이 많으면 체력적인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또 젊기 때문에 더 과감하고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하성)
"내가 가을 무대 경험이 없어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은 우리 팀 선배들 조언을 듣고 잘 극복하면 될 것 같다. 젊은 패기를 보여 드리도록 하겠다." (이정후)
넥센은 선수단 평균 연령이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어린(25.5세) 팀이다. 투수진은 물론 야수진도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넥센이 2년 만에 다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자 많은 야구 전문가가 가장 큰 약점으로 '큰 경기 경험 부족'을 꼽았다. 그럴 때마다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자신들의 '패기'와 '과감함'을 무기로 내세우며 승리를 자신하곤 했다. 뚜껑이 열리자 그 호언장담은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밝혀졌다.
넥센의 젊은 선수들은 '두려움 없는' 플레이로 상대를 제압해 나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까지 다섯 경기를 거치는 동안 무서운 속도로 안정감을 찾았고, 박병호·서건창·김민성 같은 포스트시즌 베테랑 선수들보다 더 눈에 띄는 활약으로 팀을 플레이오프(PO)에 올려 놓았다.
지난해 신인왕인 이정후가 그 시작이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의 대량 실점을 막는 결정적인 '슈퍼 캐치'로 승리의 숨은 주인공이 됐다. 2차전 9회 다이빙 캐치를 하다 어깨를 다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3·4차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정후가 보여준 투지는 동료들의 정신 무장에 큰 도움을 줬다.
주전 유격수 김하성은 중심 타선과 내야에서 제 몫을 한 데다 이정후가 이탈한 4차전에선 리드오프 역할까지 맡아 전천후 존재감을 뽐냈다. 김하성의 동기생인 외야수 임병욱은 이번 준PO의 '발견'이다. 2차전에서 연타석으로 역전 3점포를 터트리는 괴력을 뽐낸 데 이어 4차전에선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 2타점 쐐기 적시타를 터트렸다. 한 시리즈에서 8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역대 준PO 단일시즌 최다 타점에 타이를 이뤘다.
또 2차전부터 2루수로 깜짝 투입된 송성문은 타율 0.538(13타수 7안타) 불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넥센의 공격을 뒷받침했고, 이정후의 부상으로 인해 좌익수 자리에 긴급 투입된 김규민은 1-2로 뒤진 4차전 4회 2사 만루서 승부를 3-2로 뒤집는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려 내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이뿐 아니다. 타선에 비해 마운드가 불안해 근심이 깊던 넥센은 올해 1차지명을 받고 입단한 투수 안우진의 '강심장' 덕에 2승을 챙겼다. 안우진은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던 준PO 2차전에서 최고 시속 154km 강속구를 뿌리면서 3⅓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해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연소 승리투수(19세1개월20일)가 됐다. PO 행을 확정하던 4차전에선 팀이 1-2로 뒤진 4회 1사 3루서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경기가 끝날 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5⅔이닝을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2승 째를 올렸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의 압박감과 관중석의 대부분을 점령한 상대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서도 이들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관중의 함성이 다 우리를 향한 응원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신나게 경기했다"고 웃어 보였다. 젊은 선수들의 파죽지세 속에 상대 팀들은 속수무책.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난 KIA가 한 경기만에 짐을 쌌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한화도 11년 만의 가을에서 단 1승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넥센의 다음 상대는 2위 SK다. 이미 3위 팀을 꺾고 올라온 터라 기세가 등등하고, 자신감도 최고조다. 준PO 시리즈 MVP로 선정된 임병욱은 "SK는 분명히 타격과 수비가 강한 팀"이라면서도 "우리가 지금까지 그랬듯 한결 같이 패기 있는 경기를 하면 PO에서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