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1·LA다저스)이 월드시리즈 데뷔전에서 잘 던지고도 패전 위기에 놓였다. 구원투수가 불질을 했다.
류현진은 25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 1실점을 기록했다. 타선도 2점을 지원했다. 그러나 5회 2사 1·2루 위기에서 상대한 앤드류 베닌텐디에게 볼넷을 내준 뒤 스티브 피어스의 타석에서 교체됐다. 책임 주자 3명은 구원투수 난조로 모두 홈을 밟았다. 승리 요건을 눈앞에 뒀다가 단번에 패전 위기에 몰렸다.
한국인 최초로 '꿈의 무대' 선발 등판에 나섰다. 선구가 박찬호, 김병현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구원 등판이었다. 사실 악재가 많았다. 챔피언십시리즈에 나선 두 경기에서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그 최강 타선을 상대한다. 현지 날씨는 매우 춥다. 무엇보다 에이스 커쇼가 무너지며 1차전을 내준 상황이다. 어깨가 무거웠다. 이런 상황에서 임무를 다해냈다.
1회초 선두타자 무키 베츠를 상대로 좌측 땅볼을 유도했다. 유격수가 무난하게 처리했다. 1차전에서 4안타를 기록한 앤드류 베닌텐디와의 승부에서는 삼진을 솎아냈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몸쪽 커브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좌투수 상대로 매우 강한 3번 타자 스티브 피어스는 힘으로 밀어붙였다. 속구에 먹힌 타구가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팝플라이로 아웃을 잡아냈다.
2회는 일격을 당했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2위(43개) J.D. 마르티네즈는 잘 잡아냈다. 2회 선두타자로 맞아 초구 투심에 이어 2구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해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두 타자에게 일격을 당했다. 5번 잰더 보가츠에게 던진 이날 경기 첫 번째 체인지업이 통하지 않았다. 그린몬스터(좌측 담장) 상단에 맞았다. 피홈런은 모면했다. 2루타.
이 상황에서 2년 차 신예 라파엘 데버스를 잘 맞아냈다.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해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나 후속 이안 킨슬러와의 승부에서 몸쪽 속구가 통타 당해 좌익 선상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선취 득점한 여덟 경기를 모두 이긴 보스턴에게 기선을 내줬다.
추가 실점은 막았다. 운이 따랐다. 후속 타자 재기 브래들리 주니어에게도 좌중간 안타를 맞았지만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가 3루 쇄도를 도전한 1루 주자 킨슬러를 송구로 잡아냈다.
타선은 4회 공격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데이비드 프리즈와 매니 마차도가 연속 안타로 기회를 만들었고 크리스 테일러는 볼넷을 얻어냈다. 6번 타자 맷 켐프가 중견수 뜬공을 치며 3루 주자의 태그업 득점을 이끌었다. 키케 에르난데스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야시엘 푸이그가 중전 안타를 치며 2루 주자 마차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류현진은 가장 중요한 이닝에서 기세를 올렸다. 4번 타자 마르티네즈를 첫 타자로 상대했다. 앞선 승부에서는 빠른 공을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두 번째 승부에서도 정공법이 통했다. 초구 체인지업 뒤 커터를 몸으로 붙여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2루타를 허용한 보가츠에겐 설욕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 낮은 코스로 92.5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뿌렸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쳤다. 타자는 펄쩍 뛰었지만 완벽한 공이었다. 2사 뒤 상대한 라파엘 데버스도 앞선 승부처럼 노련미를 보여줬다. 투 스트라이크 이후 낮은 커브를 던져 균형이 무너진 스윙을 유도했다.
호투가 이어졌다. 그러나 5회부터 급격하게 경기 양상이 변했다. 류현진의 승부 결과가 빌미를 제공하긴 했지만 다저스 벤치의 선택이 더 문제였다.
2아웃까지 잘 잡아냈다. 선두타자 킨슬러에게 던진 속구에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체크 스윙을 했지만 공이 배트에 맞았다. 1루 방면으로 향했고 야수의 토스를 받아 직접 베이스를 밟았다. 후속 타자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는 3루수 내야 뜬공으로 처리했다. 여기까지 공 3개.
그러나 앞선 승부에서 삼진을 기록한 크리스티안 바스케즈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후속 베츠와의 세 번째 승부에서도 중전 안타를 맞았다. 커터가 낮게 들어갔지만 공략 당했다. 이 상황에서 삼진과 범타로 처리한 앤드류 베닌텐디를 상대했다. 허니컷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커브 위주 승부를 유지할지 상의하는 듯 보였다.
철저히 바깥쪽 낮은 승부를 했다. 그리고 신중했다. 볼카운트 2-1에서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파울과 볼이 이어졌다.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다. 그러나 마지막 공이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며 볼넷을 허용했다.
이 승부 뒤 다저스 벤치는 구원투수 라이언 매드슨을 올렸다. 최악의 결과가 이어졌다. 피어스에겐 밀어내기 볼넷, 후속 마르티네즈에겐 우측 방면 텍사스 안타를 맞았다. 류현진이 남긴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실점은 단번에 4점으로 늘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월드시리즈 첫 등판은 그렇게 한 순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경기, 시리즈 운용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