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계보를 잇는 박병호(32·넥센)와 최정(31·SK)이 플레이오프(PO)에서 번외 대결을 한다. 명예 회복도 노린다.
두 타자는 시즌 전 유력한 홈런왕 후보였다. 최정은 2016~2017시즌 홈런왕, 박병호는 이전 4시즌(2012~2015년) 타이틀홀더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신구 대결이 성사됐다.
그러나 나란히 허벅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박병호는 지난 4월 14일부터 36일 동안, 최정은 7월 25일부터 21일 동안 이탈했다. 박병호는 특유의 몰아치기로 시즌 막판까지 레이스를 달궜지만 1개 차이로 두산 김재환(44개)에게 1위를 내줬다. 부상 전까지 31개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던 최정은 복귀 뒤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며 4홈런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아쉬움을 털어 낼 기회를 얻었다. 무대는 플레이오프다. 소속팀 공격력을 좌우할 수 있는 타자들이다. 단기전은 상위 순번 선발투수가 나란히 나서고, 불펜도 흐름이 바뀔 때마다 투입된다. 주축 타자가 변수를 극복하고 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넥센은 임병욱·송성문 등 젊은 타자들이 자신감을 얻었고, SK는 제이미 로맥·한동민 '40홈런' 듀오가 있다. 그럼에도 큰 무대에서 경험이 많은 박병호와 최정이 대들보 역할을 해 줘야 한다. 흐름을 바꾸는 홈런도 기대할 수 있다.
명예 회복도 필요하다. 최정은 정규 시즌 동안 기대에 못 미쳤다. 홈런 생산은 양호했다. 지난해보다 11개가 줄었지만 부상 기간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콘택트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타율은 0.244에 불과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가운데 가장 낮다. 커리어에서도 데뷔 2년 차던 2006시즌 이후 가장 낮다. 상징처럼 지키던 3번 타순에서도 밀렸다.
그러나 정규 시즌 성적이 무의미한 무대다. 포스트시즌 경험만큼은 플레이오프에 참전하는 타자 가운데 가장 많다. 한국시리즈만 33경기, 합계 54경기에 나섰다. 통산 성적은 타율 0.286·7홈런. 팀 기여도를 높인다면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 최정에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박병호도 반등이 필요하다. 넥센이 이번 가을에 치른 다섯 경기에서 활약이 미미했다. 한화와 준PO 1차전에선 상대 선발 데이비드 헤일을 상대로 선제 투런홈런을 쳤다.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그러나 이전에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 2·3차전에선 무안타에 그쳤다.
타선에 포진돼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 배터리에 부담감을 주는 타자다. 후속 타자들의 타격에도 간접 영향을 미친다. 컨디션 주기를 감안하면 올라올 때가 됐다. 그러나 1, 2차전 상대 선발로 유력한 김광현, 메릴 켈리와 승부에서 열세를 보였다. 올 시즌 SK전 타율(0.205)도 낮다. 반등을 의심하는 시선은 적지만 타이밍이 늦어지면 그사이 소속팀이 전세를 내줄 수 있다. 그가 특유의 괴력을 발휘하면 앞 타순에 나서는 제리 샌즈까지 우산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박병호도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