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씨와 관련한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부터 중요한 증거가 다수 누락됐던 사건”이라고 28일 발표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배우 장씨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4개월 동안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접대 강요와 관련한 의혹은 밝혀지지 않은 채 끝났다.
당시 검찰은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등 2명만 불구속기소하고 나머지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는데, 기소된 인물에게도 강요가 아닌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만 적용됐다. 이 때문에 현 정부에서 출범한 조사단은 이 사건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고, 이날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2009년 3월 경찰이 장씨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한 단계부터 부실함이 드러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조사단은 “압수수색에 걸린 시간은 57분에 불과했다”며 “당시 압수물은 컴퓨터 1대, 휴대폰 3대, 메모리칩 3점, 다이어리ㆍ메모장ㆍ스케치북 각 한권이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장씨의 옷방(드레스룸)은 수색하지 않았고, 장씨의 핸드백도 열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조사단은 또 “장씨는 평소에 글을 쓰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침실 여기저기에 수첩ㆍ메모장이 많았는데 다이어리와 메모장 한권씩만 압수했고, 핸드백 안과 립스틱 보관함 사이에 꽂혀 있던 명함은 압수하지 않았다”며 “이는 장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데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부터 다수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유로 조사단은 당시 경찰에게 수사 의지가 없었다고 보고, 이와 관련해 정치권 등의 외압을 받은 적이 있는지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단은 당시 수사검사로부터 제출받은 장씨의 통화내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가 조사단에 낸 통화내역의 최종수정 일자가 통신사에서 받은 날짜와 차이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밖에 조사단은 “장씨의 휴대폰 통화내역ㆍ문자메시지ㆍ연락처 등에 대한 자료와 컴퓨터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물이 수사기록에 첨부돼있지 않다”며 “이는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자료가 없었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이 입수한 당시 수사 기록엔 장씨의 다이어리ㆍ메모장의 복사본도 첨부돼있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장씨 사망 약 3주 뒤 ‘장자연 싸이월드(인터넷 블로그)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 예정’이라고 기록을 남겼다. ‘장씨가 싸이월드에서 주고받은 메일ㆍ쪽지ㆍ방명록ㆍ게시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경찰은 실제 싸이월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조사단은 “장씨가 싸이월드에 개인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큰데도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