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시작된다. 다음 달 2일 SK슈가글라이더즈와 광주도시공사의 여자부 경기를 시작으로 2019년 4월 22일까지 이어지는 6개월간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서울·삼청·대구·마산·청주·인천·천안까지 전국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 이 대회는 핸드볼의 활성화를 위해 2009년 출범한 실업 리그다. 이후 대한민국 핸드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자리를 굳혔다.
올 시즌은 특별한 변화가 많이 생겼다. 처음으로 봄과 여름이 아닌 겨울에 리그를 진행한다. 하남시청이 남자 핸드볼팀을 창단해 남자부가 6개 팀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JTBC3 FOX Sports(이하 JTBC3)에서 리그 전체를 생중계해 일반 팬들이 안방에서 TV로 핸드볼을 볼 수 있게 됐다.
여러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를 역임했던 백상서(49) 조은희(46) 최현호(42) 해설위원이 마이크를 잡고 이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임무를 맡았다. 일간스포츠가 세 위원을 직접 만나 기념비적인 대회 개막을 앞둔 기대와 설렘 그리고 한국 핸드볼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 JTBC3 채널에서 사상 최초로 핸드볼 리그 전 경기를 TV로 중계하게 됐다. 해설위원을 맡은 소감과 각오는.
백상서(이하 백)= "핸드볼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2020 도쿄올림픽에 앞서 메달 획득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대회라서 더 그렇다. 일단 팬들이 듣기에 재미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 핸드볼에 재미를 느끼고 경기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해설을 할 생각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아닌 TV로 리그 전체를 중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 더 기대된다."
최현호(이하 최)= "핸드볼을 사랑하는 팬이자 핸드볼인으로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관중이나 시청자분들이 핸드볼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해 보겠다. 2005~2006시즌 이후 해설은 10여 년 만이라 긴장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내가 재미있게 해야 보는 분들도 즐기실 수 있지 않나. 또 무조건 좋은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돌직구' 같은 해설을 할 생각이다. 쓴소리해야 할 때는 따끔하게 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선수들과 시청자 그리고 내가 함께 호흡한다는 생각으로 현장감을 살리고 싶다."
조은희(이하 조)= "처음 해설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놀랐다. JTBC PLUS에서 핸드볼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전 경기를 중계해 준다는 게 뿌듯하다. 내가 아는 핸드볼 팬들이나 SNS에서 알게 된 팬들은 물론, 최근에 만난 핸드볼 관계자들이나 감독, 코치들이 모두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 핸드볼을 좀 더 쉽게 알리고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해설자가 돼야 할 것 같다."
- 핸드볼은 일반 스포츠팬들에게 상대적으로 낯선 종목이다. 어떤 재미가 있는지 소개한다면.
백= "일단 굉장히 빠르고, 익사이팅하고, 몸싸움이 굉장히 심하다. 핸드볼이 인기가 많은 유럽에선 그 과정을 즐기고 굉장히 감동받더라. 다만 핸드볼 룰이 조금 어려워서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면이 있다. 팬들이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그런 부분을 보완하는 중계를 하겠다."
최= "내가 봤을 때 핸드볼은 굉장히 많은 스포츠를 접목한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종합적인' 운동이다. 스피디하고, 파워풀하고, 때로는 전략적이기도 하고, 와일드한 몸싸움도 있다. 여러 가지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종목이다."
조= "각 종목의 장점을 다 가졌다. 몸싸움이 많다 보니 선수들끼리 스킨십이 잦아서 경기 자체에 인간미가 있고, 단체 종목이니까 응집력에서 오는 감동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룰도 어렵다고들 하지만, 알고 보면 농구의 룰에서 살짝 변형된 것들이 많다. 해설로 쉽게 풀어 가면 팬들이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는 예전보다 팬이 많아져서 모바일 중계 조회 수가 높고 댓글이 많아졌다. JTBC3에서 중계하면서 TV와 모바일로 동시에 볼 수 있는 장점이 생겼으니 팬들이 다가오기가 더 쉽지 않을까."
- 이번 대회 우승팀이나 판도를 예상해 본다면.
백= "여자부에선 아무래도 삼척이 우승에 가까운 팀이다. 또 얼마 안 있으면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데, 이때부터 대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온 선수들이 게임을 많이 뛰게 된다. 이 시기에 좋은 선수를 보강할 수 있는 팀이 유리해진다. 부산이나 대구 같은 팀도 우승권에 가까워질 것 같다."
최= "어떤 팀이든 준비를 많이 하고 시작할 것이다. 남자부에서는 역시 두산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다만 두산도 약점이 있다. 리빌딩 과정이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베테랑이다. 올해까지는 우승 후보일 것 같지만, 그 후엔 대비가 필요하다. 여자부에서는 삼척이나 서울·대구가 강하다. 여자 핸드볼은 아무래도 선수층이 두껍다 보니 남자 리그보다 더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남자부도 여자부 같은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일부 선수의 기량에 좌우되지 않고 전체 팀이 나름의 색과 파워를 가진 팀이 돼야 한다."
조= "이번 대회는 변수가 많을 것 같다. 드래프트가 끝나고 나면 선수들이 합류해 손발을 맞춰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적하는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뛰는 내년 1월부터 판도가 확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여자부는 첫째 주 경기를 치르고 나면 아시아선수권 참가를 위해 한 달 정도 휴식기가 있다. 따라서 그 전까지는 탐색전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내년 1월 이후에 모든 팀이 정상 전력 속에서 더 재미있는 대결을 할 수 있다. 남자부는 반대로 내년 1월에 세계선수권이 있어서 그 전에 순위의 윤곽이 조금 드러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선수 구성이 좀 달라진 팀이 있는 반면, 기존 전력을 7~8년째 이어 온 팀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미래의 핸드볼 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선수가 있나.
백= "아무래도 역시 여자부의 김온아(SK슈가글라이더스) 선수와 류은희(인천시청) 선수다. 국가대표 생활도 오래 했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선수들이고, 실력이 좋다."
최= "여자부에선 김온아 선수가 독보적이다. 남자 선수 가운데선 역시 정이경(두산) 선수가 가장 특출하다. 다만 정이경은 은퇴를 몇 년 남기지 않은 베테랑이라는 점이 아쉽다. 그가 은퇴하기 전에 뒤를 이을 만한 선수가 많이 생기면 좋겠다. 사실 그동안 남자 핸드볼의 간판은 누가 뭐래도 윤경신(두산 감독) 선배였다. 그런 선수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게 행복하고 자랑스러울 만큼 세계적인 선수였는데, 그런 선수가 또 나타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어느 정도 비등한 선수를 찾아내고 키워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조= "지난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정유라(컬러풀 대구) 선수와 왼손잡이 거포 류은희 선수를 추천하고 싶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늘 외곽에서 파워가 있는 슈팅을 할 수 있는 거포 부재를 걱정했는데, 류은희는 그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선수다. 정유라는 류은희와 장점이 확연히 다르다. 리그 때 서로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까 싶다. 또 이제 드래프트에 나올 강은혜(한체대) 선수도 주목할 만한 유망주다."
- 한국 핸드볼의 현재를 진단한다면.
백= "아시아권에서 독보적이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기량이 좀 더 향상돼야 한다. 더 발전할 필요가 있다. 또 선수들이 경기도 중요하지만 멘틀이나 체력적인 부분을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리그가 계속 진행되면 부상 염려가 커지기 때문에 늘 몸을 잘 관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최= "신체 조건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선수들이 너무 몸을 사리면서 경기하는 것 같다. 스포츠는 감동을 줘야 한다. 예전에는 경기 도중 몸싸움하다 피가 나도 '이겨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뛰었다. 요즘엔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게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 현장에서만큼은 조금 더 그 안에 몰입하는 게 프로가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핸드볼이 위기라고 생각한다. 한때 '아시아의 맹주'로 불렸던 우리다. 유럽에서 '한국에 핸드볼 팀이 몇 개나 되냐'고 물었다. 실상을 알려 주자 '그 정도 팀으로 어떻게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냐'고 놀라기도 했다. 지금은 다른 팀이 강해지기도 했고 반대로 우리가 약해지기도 했다. 그 부분을 협회나 지도자, 선수 모두가 자각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