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소주 등 일명 '아재술'이 젊어지고 있다. 중년 남성들이 즐겨 마신다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음용법과 제품 패키지를 바꾸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50대 이상인 소비자가 선호하는 '막걸리'를 최근 색다르게 변신시켜 젊은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장수막걸리'로 유명한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지난달 '인생막걸리'를 내놨다. 무려 22년 만에 내놓은 이 제품은 현대적인 주류 트렌드와 접목한 전통주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통의 쌀 막걸리에 밀 막걸리의 맛을 조화해 2030세대가 선호하는 진하고 달콤한 맛을 더하고, 패키지 디자인과 제품 네이밍에 젊은층의 요구를 반영했다.
김정래 서울장수주식회사 영업기획팀 차장은 "최근 막걸리 소비층이 젊은 세대로 점차 확대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업계가 분주하다"며 "이번 신제품은 기획 단계부터 전문 기관을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취합, 개발 전 부문에 반영하는 등 현대 주류 시장 트렌드를 적극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업계 2위 국순당은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선보였다. 일반 막걸리 가격보다 60% 비싸지만, 출시한 지 두 달 만에 20만 병 넘게 팔리며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생활 속 음용만으로도 유산균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소주도 젊어지고 있다. 롯데주류는 최근 과일 소주 '순하리 깔라만시'를 출시했다. TV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걸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가 칼라만시 소주 제조법을 공개하면서 인기를 끌자 롯데주류는 이를 차용한 소주를 신제품으로 내놓았다. 비슷한 시기 무학 역시 칼라만시 원액을 첨가해 제조한 일반 증류주 '좋은데이 깔라만시'를 선보였다.
칼라만시는 동남아 열대 과일로 감귤·라임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레몬보다 비타민C 함유량이 월등히 많다. 다이어트에 좋은 과일로 알려지면서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주에 칼라만시 원액을 섞어 마시는 음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면밀히 분석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해양조는 와인을 베이스로 한 증류식 소주인 '연남연가'를 새롭게 내놓았다. 연남동 골목길 곳곳에 자리한 아늑한 공간에서 셰프들이 만든 음식과 어울리는 술이라는 트렌디한 이미지를 부각해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 아재술인 위스키는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세련된 분위기의 마케팅 행사를 통해 이미지 반전에 나서고 있다. 싱글몰트위스키 맥캘란은 시음 행사 '컬처클럽'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하고 있다. 책과 싱글몰트를 소개하는 토크 콘서트형 시음회를 진행한 뒤 향수·음악·영화·사진 등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각각의 콘텐트와 싱글몰트를 함께 소개하는 형식이다.
그동안 다소 진입 장벽이 높았던 위스키를 친근하고 편안하게 접할 수 있어 적지 않은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