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광진 KB자산운용 WM스타자문단 부장은 45년 동안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어떤 상품의 기대 수익이 높으면 그에 따른 투자 위험도 커지는 비례관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고 귀띔했다. 바로 ‘분산투자’다. 분산투자는 위험을 줄여 주고, 특정 펀드 하나에 넣는 것보다 효과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예를 들어 펀드 A를 하나 갖고 있다고 가정할 때와 펀드 A·B·C를 갖고 있을 때는 A·B·C를 갖고 있는 것이 변동성이 작아진다.
분산투자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수익률이 높은 펀드 상품에만 눈길을 주는 초보 투자자에게 두세 개의 펀드를 골라 분산하라니 꽤 어려운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범 부장은 꼭 투자하기 전에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범 부장은 “투자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방법은 예·적금뿐이다. 세후 2%도 채 되지 않는 수익에 만족하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금 사회 초년생 때 투자 관련 공부를 해야 향후 50~60대에 젊은 시절의 투자관으로 자산을 끌고 간다는 것이 범 부장의 생각이다. 수익률만 보고 대충 펀드를 선택하지도, 수익률이 높아 일명 ‘몰빵(몰방)’하는 일도 없다는 뜻이다.
범 부장은 “공부를 안 하면 50~60대에 5억원, 10억원의 자산에 대한 판단·분석을 대충하게 된다, 지금은 100만원씩 저축하는 게 전부지만 나중에 10억원이 될 수도 있는데, 그때도 대충할 것인가”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펀드를 잘 보려면 먼저 펀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펀드는 없고, 사람마다 좋은 펀드는 각각 다르니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표, 투자 기간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 투자 시장을 분석해야 한다. 분명히 쉽지 않다.
요즘은 모바일로도 펀드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비대면이 더 익숙해지고, 시간을 내 펀드 투자를 상담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돼 버리기도 했다.
그럴수록 ‘잘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범 부장은 말했다.
범 부장은 “모바일로 투자할 때 투자 지식이나 분석 능력을 갖추지 않고 수익률만 보면 도박과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범 부장에게 펀드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물었다.
- ‘시장 분석’이라는 것이 투자할 때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투자시장에 대한 분석은 큰 흐름을 잡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미중 무역 갈등이 있다. 무역을 제재하고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 사실이 글로벌 전체의 경제 흐름과 글로벌 교역량이나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줄 것인가, 조그만 영향을 줄 것인가 등 큰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즉, 거시적으로 먼저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주 어렵지도 않다. 투자시장의 큰 흐름을 계속 보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경제 리포트를 보는 것이다. 듣기만 하면 어렵게 느껴진다.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에서 나오는 경제보고서는 일반인도 보기 쉽게 설명돼 있다. 투자자라면 시장에 관심이 있으니까 한국은행 자료 등으로 경제 흐름을 읽고, 그 이후 나오는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사들이 내놓는 리포트를 보면 된다. 이후 금융회사들이나 인터넷 투자 포털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시장분석과 투자전략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 꾸준히 리포트를 보면 공부가 된다는 얘기인가.
“한국은행에서 나오는 리포트를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은행(금융기관)에서 나오는 리포트만 보면 내용에 대해 다소 치우쳐 받아들일 수 있다. 일반인은 투자에 있어 긍정·부정적 영향의 강도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듣다 보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쉽게 풀어낸 한국은행 리포트 등을 보면 좋다. 내용을 모른다면 그 리포트를 갖고 은행이나 증권의 PB 등 자산관리자에게 물어보고, 그들과 투자전략을 상의해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 직장인들이 리포트를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리포트는 보통 3개월에 한 번씩 나오니, 이것만 챙겨 봐도 좋다. 마지막으로 뉴스. 뉴스는 이슈가 하나하나 다 같은 비중으로 다뤄진다. 터키 통화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미중 무역 분쟁도 기사 하나는 신문에 실린다. 둘을 비교해 보면 터키 이슈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전에 공부한 뒤 리포트를 보면 뉴스도 편향해 보지 않는 눈이 생긴다.”
- 공부해도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은 덜컥 펀드 상품에 큰돈을 넣기가 망설여진다. 초보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펀드가 있나.
“처음부터 너무 복잡하게 하면 힘들다. 나는 인덱스형을 하라고 한다. 인덱스형은 펀드 매니저의 역량보다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한국 시장을 좋게 보면 한국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면 수익률도 시장지수와 비슷하게 따라간다는 이야기다.
매니저 입장에서도 지수를 따라가도록 관리하면 되니 인덱스펀드는 가격이 싸면서 쉽기도 하다. 코스피가 10% 오르면 인덱스펀드는 10% 내외로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 쉽게 시장만 보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액티브펀드는 한국 시장에서 더 많이 오르는 주식이나 업종 또는 반대의 경우도 있을 텐데, 더 많이 오를 만한 업종이나 종목에 펀드 자금을 더 투자하는 방식이나 그 시기를 맞추면 수익이 더 나게 되고, 못 맞추면 수익이 덜 난다. 매니저들이 이 시기와 종목 등을 끊임없이 연구하는데 그만큼 펀드 비용은 인덱스펀드에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먼저 인덱스펀드로 투자시장의 전반을 익히고, 이후 펀드별 분석을 통해 액티브펀드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길 권한다. "
- 상품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하나.
"펀드 상품 선택은 성향을 고려해서 투자 기간, 시장 상황을 보고 상품을 분석해야 한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두세 개를 선택해 투자 매력도 순위를 매긴 뒤 매력도가 높은 펀드에 좀더 많이 투자하면 된다. 예를 들어 1순위 50%, 2순위 30%, 3순위 20% 등 비율을 정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물론 투자 금액이 커지면 투자하는 펀드의 수를 늘려 다양하게 분산투자해 변동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의 상황이 변하거나 시장이 바뀌기도 하고, 상품의 성과 등이 변하기도 한다. 이것에 따라 리밸런싱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짧게는 3개월, 6개월, 1년 단위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내가 5년의 투자 기간을 생각하고 펀드 상품에 돈을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6개월 뒤 전세로 집을 옮겨야 해서 돈을 쓸 일이 생겼다. 그렇다면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의 투자 비중을 낮추고, 혼합형 펀드나 채권형 펀드의 비중을 높여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거다.
또 다른 예로 시장 상황이 괜찮다가 안 좋아지면 공격적인 펀드의 투자 금액을 줄여야 하고, 이직해서 월급이 높아지면 투자 금액이 달라지게 되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라는 이야기다. 이것을 매일 하라는 게 아니다. 보통 투자시장과 펀드의 경우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 투자자의 자산 관리 전반에 대한 검토는 1년에 한 번 정도 하면 된다."
- 개인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나는 연초에 전반적으로 자산 점검 및 관리 계획을 세운다. 연간 수입이 얼마고, 매달 얼마를 지출하고 저축할 수 있을지 예상한다. 물론 정기적인 수입과 지출 외에도 보너스, 학자금 지원 등 비정기적 수입과 여행, 경조사, 세금 등 비정기적 지출도 꼼꼼히 정리한다. 이렇게 정리하면 연간 얼마 정도 벌고, 쓰고, 저축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자산에 대해서도 한쪽에 꼼꼼히 적는다. 예금, 펀드, 주식 등 금융자산뿐 아니라 각종 연금, 보험 그리고 부동산 자산이 총망라돼 내 자산이 어떤 형태로 관리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이런 분석을 연초에 1회 정도 하면서 향후 자산 관리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3000만원을 저축하는데 좀더 저축을 늘리고자 한다면, 이에 맞게 지출을 줄이거나 펀드 투자 방법을 변경하는 식이다."
참고로 부동산을 제외한 내 자산의 연간 목표 수익률은 5% 수준이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예금부터 해외 채권, 국내외 주식형 펀드 등에 다양하게 분산투자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