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한국시리즈(KS)를 치르고 있는 두산은 외국인 타자가 없다. 올해 개막전을 지미 파레디스와 맞이했고 6월엔 스캇 반슬라이크를 새롭게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그 경력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하나 같이 기량 미달로 퇴출됐다. 터무니없는 스윙으로 일관했고 정확도는 바닥 수준이었다. 2군에서 조정기를 거쳐도 백약이 무효했다.
정규시즌에는 크게 티 나지 않았다. 반슬라이크를 웨이버 공시한 9월 20일엔 오히려 선수가 넘쳐났다. 정수빈이 제대 후 복귀했고 박건우까지 부상에서 회복됐다. 슬럼프에 빠졌던 오재일마저 반등해 외국인 타자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실제 두산은 파레디스(0.138)와 반슬라이크(타율 0.128)의 활약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팀 타율 0.309로 리그 1위에 올랐다. 외국인 타자의 공백을 국내 선수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단기전에선 상황이 다르다. KS에서 외인 타자 부재는 생각 이상으로 큰 핸디캡이 됐다. 두산은 3차전까지 팀 타율이 0.252로 0.240에 그친 SK를 소폭 앞섰다. 그러나 장타가 터지지 않는다. 팀 장타율이 0.311로 0.400인 SK에 뒤진다. 문제는 홈런. SK가 경기당 2개에 육박하는 홈런 5개를 때려낸 데 반해 팀 홈런이 고작 1개(2차전 최주환)다. 외인 타자 역할을 해줘야 하는 1루수 오재일이 부진(11타수 1안타)에 빠지면서 타선이 헐거워졌다. 반면 SK는 제이미 로맥이 3차전에서만 홈런 2개를 때려내는 등 타율 4할(10타수 4안타)로 맹활약 중이다.
단기전에서 '홈런'은 변수다. 3~5차전이 열리는 SK행복드림구장은 더욱더 그렇다. 홈 플레이트에서 좌우 폴까지 거리가 95m. 중앙이 120m지만 펜스 높이가 2.42m로 낮아 홈런이 많이 나온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좌우 100m·중앙 125m·펜스 높이 2.6m)과 비교했을 때 작지 않은 차이가 난다. 바람이 많이 불어 대부분 투수가 부담을 느끼는 구장이다. SK는 3차전에 홈런 3개를 쳐냈고 이 중 2개를 로맥이 책임졌다. 반면 두산은 무장타 경기다.
외국인 타자가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타순을 꾸릴 가능성이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재일을 선발에서 제외할 수 있다. 3차전을 앞두고 옆구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김재환의 공백을 채울 카드가 될 여지도 충분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년 전 KS에서 시리즈 타율 0.438(16타수 7안타)로 팀 우승에 기여한 닉 에반스가 그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