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8·은퇴) 이후 처음으로 한국 피겨스케이팅계에서 여자 싱글 선수가 그랑프리 무대 포디움에 올랐다.
김연아가 떠난 뒤 주춤하던 한국 피겨계에 최근 연달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남자 싱글에서 김연아 이후 최초로 그랑프리 2대회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17·휘문고)에 이어 이번에는 임은수(15·한강중)가 여자 싱글 최초로 그랑프리 시리즈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임은수는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5차 대회 로스텔레콤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은수는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5.57점, 구성점수(PCS) 62.34점을 얻어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인 127.91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57.76점을 더해 총점 185.67점을 획득한 임은수는 알리나 자기토바(16·225.95점) 소피아 사모두로바(16·198.01점·이상 러시아)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랐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가 ISU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포디움에 오른 것은 2009~2010시즌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출전했던 스케이트 오브 아메리카(11월)에서 우승한 뒤 9년 만이다.
영화 '시카고'의 OST에 맞춰 은반에 나선 임은수는 첫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작으로 트리플 루프, 트리플 살코까지 깨끗하게 성공하며 순조롭게 연기를 시작했다.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레벨4) 코레오 그래픽 시퀀스(레벨1) 등 비점프 요소 역시 완벽하게 수행했으나 이어지는 콤비네이션 점프를 단독 트리플 러츠로 뛰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더블 액셀 점프에 더블 토루프과 더블 루프를 붙여 콤비네이션 점프로 처리하는 기지를 발휘했고 이후 큰 실수 없이 깔끔하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점수를 끌어올린 임은수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6위에서 3위로 뛰어오르며 포디움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주 4차 대회에 이어 2주 연속 그랑프리 대회에 나선 임은수는 이번 5차 대회 동메달로 성공적인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를 마쳤다. 김예림(15·도장중) 유영(14·과천중)과 함께 '김연아 키즈' 2세대로 불리는 임은수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앞서 출전한 ISU 챌린저시리즈인 아시안오픈트로피에서 금메달, US인터내셔널클래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유망주에서 기대주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최연소 참가자기도 한 임은수는 "그랑프리 시리즈 첫 출전이었는데, 2주 연속으로 대회에 출전해 체력적으로 약간 힘들었다"면서도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쉬운 결과를 받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값진 결과가 나와 기쁘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은수는 오는 20일 전지훈련지인 미국 LA로 이동해 훈련을 계속하고, 다음 달 초 귀국해 회장배 랭킹 대회 출전을 준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