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허리'도 치료하면 꼿꼿해져요"… 20년 노인 척추·관절 한우물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
등록2018.12.04 07:00
노인들은 척추·관절 질환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허리가 굽거나 무릎 관절염으로 정상적 생활조차 힘든 노인들이 적지 않다. 문제는 늙으면 척추·관절 질환에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노인성 척추·관절 질환을 치료해 온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원장은 "늙었다고 해서 당연한 게 아니다. 자세가 불량해서 그렇다"며 "올바른 자세로 생활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또 "70대 노인에게 20대 젊은이한테 하듯 치료하면 안 된다"며 "가장 아픈 곳, 한곳만 치료해도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고 했다. 신 원장은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시골 노인들의 '꼬부랑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 주는 이른바 '엄마의 봄날'을 찾아 주기 위한 재능 기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의사라면 사람을 치료하는 것에 보람을 느껴야 한다며 2년 넘게 매주 시골로 달려가는 신 원장을 지난달 27일 서울 청담동 병원에서 만났다.
- 오랫동안 노인성 척추·관절 환자를 치료한 것으로 안다. "1999년 병원 문을 열어 내년이면 20주년이 된다. 현재까지 병원을 다녀간 환자가 30만 명이 넘는다."
- 척추·관절 질환에 있어 노인과 젊은이가 다른가. "아무래도 젊은 환자들은 갑작스런 부상·외상성·무리한 동작으로 급성 디스크탈출증이나 골절이 많은 편이다. 반면 노인들의 척추·관절은 어느 한순간에 통증을 느끼고 병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증상이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이 많다. 조금씩 심해지는 통증을 참고 있다가 약해진 척추 대신 비정상적으로 근육을 사용하니 근육과 인대에도 병변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돼 젊은이들에 비해 통증 부위가 다발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 대표적 노인 척추·관절 질환은. "척추관협착증·척추압박골절·척추전방전위증·무릎 골관절염 등이 있다."
- 이들 질환은 치료가 가능한가. 노인들은 치료가 더 어렵고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안다. "척추 신경이 눌리는 부위나 유착 부위의 염증을 제거해 통증 원인을 줄이는 비수술적 치료법이 다양하게 개발됐기 때문에 노인들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관절 또한 증상에 따라 손상된 연골을 다듬어 통증을 줄이고 환자 본인의 관절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관절내시경술이 있다. 그러나 척추·관절 질환은 잘못된 생활 습관과 자세가 오랫동안 축척돼 발생되기 때문에 허리와 관절 주변의 근육 강화 운동을 하는 재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노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꼬부랑 허리'도 치료되나.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심해지지만,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굽힌 자세에서 통증이 약해진다. 그래서 점점 허리를 굽힌 채 생활하게 되고 결국 '꼬부랑 허리'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밀 검사로 통증의 원인을 파악해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고, 약해진 허리 근육을 강화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울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그러면 허리가 다시 꼿꼿해진다."
- 척추나 관절 환자의 경우 수술보다 비수술을 선호한다. 어떤 것이 있나. "질병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하는 신경차단술·신경성형술 등이 있다. 신경차단술로 차도가 없는 경우나 튀어나온 디스크의 양이 큰 경우에는 신경성형술이나 고주파 수핵성형술 등으로 충분히 완치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일반적으로 90% 이상이 비수술적 치료로 치료가 가능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굉장히 드물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같은 치료에도 6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 고려해 볼 수 있다. 척추뼈에 금이 가거나 골절이 일어난 환자에게 주사기로 골 시멘트를 주입해 뼈를 단단하게 해 주는 척추성형술이 있다. 극심한 통증으로 꼼짝하지 못하던 노인 환자들이 시술 이후 하루 이틀 뒤면 거동이 가능해지는 시술이다."
- 비수술로 안 되는 경우도 있나. "척추는 허리디스크 같은 경우에 병변 증상이 무척 심하고 마비가 진행됐다면 수술을 고려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비수술적 치료로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최소 절개로 수술을 진행하는 미세현미경감압술을 고려한다. 이외에 척추뼈가 분리돼 움직이는 경우,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관절의 경우에 골관절염은 연골을 봉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닳아서 무릎뼈와 뼈가 계속 맞닿아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 즉 골관절염 말기에는 인공관절술이 필요하다."
-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심장 질환 등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는 상당히 까다롭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다. 이미 척추에 골절이 있었다거나 다른 병력으로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은 것이 있는데 다시 수술해야 하는 경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시술 직전 혈압이 너무 많이 올라서 시술이 지연됐던 환자나 심장박동기를 삽입하고 계신 환자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다행히 경과가 좋아 기억에 남는다."
- 노인들이 꼿꼿한 허리, 건강한 관절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노인층 대부분은 바닥에서 생활해 왔다. 상을 펴고 바닥에 앉아 식사하고,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눕곤 했다. 이러다 보니 중·장년부터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바닥에 앉을 때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리고 앉게 되는데 이때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이 서 있을 때보다 3배 이상 많다. 바닥에 눕거나 일어날 때도 허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이는 모두 허리디스크로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능한 한 바닥 생활보다 식탁 생활·의자 생활·침대 생활을 권장한다. 또 가벼운 걷기와 스트레칭은 허리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하고 허리 근육을 호전시키는 가장 효과적 허리 운동법이다. 하루 최소 30분 이상, 일주일에 4회 이상 실시하면 허리 건강에 도움이 된다."
- 평소에 재능 기부를 하는 것으로 안다. "개원 때부터 내원 환자 중에 평생 농사만 짓던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왔다. 한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다가 꼬부랑 할머니가 돼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는 분들을 볼 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그러다 12년 전 농협에서 진행하는 1사1촌 자매결연 사업에 참여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2004년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을 시작으로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공근면 등 여러 지역과 자매결연을 하고, 정기적으로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봐 드리고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현재 TV 프로그램 '엄마의 봄날'에 출연하는 농촌 환자들에게 2년 넘게 의료 나눔을 하고 있는데 이런 마음의 연속 선상에서 시작했다."
- 농촌·어촌 등 시골 환자들에게 특히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간단히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이 많은데, 여전히 척추를 전문으로 다루는 병원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마저 도시에 몰려 있다는 현실이 산간으로 발길을 이끌게 했다. 앞으로도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 보람을 느낄 때는. "때론 예측했던 것 이상으로 경과가 좋은 분들이 있다. 그럴 때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노인 척추·관절 환자들이나 가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노인성 척추 질환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 인식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뤄 시기를 놓치는 분이 많아 안타깝다. 치료법은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통증이 있다면 참지 말고 하루속히 진단받아 병을 키우지 않았으면 한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tbc.co.kr/사진=정시종 기자 jung.sich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