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요원들의 봉사활동 기록 조작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들의 허위 기록에 대해 눈감거나 도와준 관계자들도 책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축구 장현수(FC 도쿄)와 유도 안바울(남양주시청)에 이어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요넥스)까지 병역 특례 봉사활동 기록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병역특례를 받은 예술체육요원의 봉사활동에 대한 관리와 감독 부실도 문제지만, 조작을 인지하고도 봐주거나 모르는 척하는 봉사 기관 관계자들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현행 병역법 규정상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올림픽 동메달 이상' 성적을 낸 남자 선수는 4주 군사교육과 34개월 동안 544시간의 체육 분야 봉사활동으로 병역 의무를 대신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례에 따르면 병역특례 요원 중 상당수가 모교를 봉사 기관으로 삼았다. 장현수와 경희고, 안바울과 금곡고가 대표적이다. 선수와 봉사활동 기관의 1차 관리자는 사제 관계거나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 온 사이가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수를 눈감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모르쇠나 거짓말까지 일삼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간스포츠가 취재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선수의 봉사활동 기록 조작 여부를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교 관계자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줄곧 "A 선수는 성실히 봉사활동에 임했고, 봉사활동 시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부풀려졌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기간 동안 선수와 친분을 유지해 온 이 관계자는 인터뷰 중 미소를 지을 만큼 여유롭고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해당 선수가 봉사활동 시간 일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일간스포츠가 다시 한 번 이 관계자를 만났을 때 대답은 "선수를 위해서 그랬다"였다. 반성의 기미는커녕 '나는 그 상황에서 이렇게 행동해야만 했다'는 식이었다. 선수의 서류 조작에 동조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B 선수도 모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참석하지 못한 날에도 학교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쳐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관계자들이 알아야 하는 것은 서류 허위 조작을 눈감아 주는 행위는 '우리 선수 감싸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거짓으로 수행하는 일은 해당 선수를 포함한 관계자들까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