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700만 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다. 2030년까지 매년 800만 명이 담배로 인해 사망하고, 21세기 내에 사망자가 1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무서운 질병의 치료법은 금연뿐이다. 하지만 금연은 결코 쉽지 않다. 금연을 여러 번 시도했다가 다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의 등장으로 금연 시도 자체가 줄었다. 지난 11월 초 공개된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흡연자가 금연 시도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최근 특급 도우미가 등장했다. 바로 전문 치료형 '금연 캠프'다. 4박5일간의 금연 캠프 입소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금연에 성공했다.
50년 골초·금연 실패자도… 담배 뚝 끊었다 충남 보령에 사는 김명락(66)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흡연을 시작해 하루에 6~7갑의 담배를 피우는 골초 중의 골초다. 50여 년간 흡연해 온 김씨가 최근 6개월간 담배를 뚝 끊는 데 성공했다. 뇌경색 관리를 위해 다니던 병원에서 추천해 지난 6월 전북금연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4박5일간의 금연 캠프에 입소하고 나서다.
그동안 김씨는 담배를 끊기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었다. 금연 수지침도 맞아 보고 금연 패치도 붙여 보는 등 보건소에서 하라는 것은 다 해 봤다. 하지만 매번 사지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이빨도 흔들리는 등 금단증상이 심각해 포기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금연 캠프에 입소하기 전부터 처방받은 금연 치료제 챔픽스를 먹었다. 그렇다고 담배를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금연 캠프의 담당 의사가 갑자기 담배를 끊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며 서서히 줄여 가라고 해서다. 그래서 하루에 3~4갑으로 줄였고, 한 달 뒤 금연 캠프에 입소하면서 완전히 끊었다. 신기하게도 사지가 아픈 금단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부터 찾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여러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도 담배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금연 캠프에는 여러 사람들이 같이 금연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시시때때로 의사가 상담해 주고, 흡연 여부를 측정하는 것도 금연 의지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살이 찌는 금단증상이 있긴 했지만 가족이나 지인들이 금연 이후 말하는 것이나 태도가 부드러워지고 매너가 좋아졌다며 기뻐해 금연 캠프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전주 공장에서 일하는 조성익(55)씨도 금연 캠프에 입소한 뒤 7개월째 금연 중이다. 조씨는 20대 초반부터 35년간 하루에 평균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웠다.
조씨는 병원에서 개인적으로 챔픽스를 처방받아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본 경험이 있다. 그는 "2년 전에 시도해서 6개월간 금연에 성공했는데, 그 이후 다시 한두 대씩 피우기 시작하면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금연 실패 이후 스스로를 자책하다가 지난 5월 4박5일간의 금연 캠프에 들어갔다. 챔픽스를 먹으면서 담배를 끊었는데 바로 금단증상이 나타났다. 불면증에 두통·악몽·소화불량 등이 생기고 의욕도 없고 몸도 나른했다.
조씨는 "금연 캠프 측에서 아침저녁으로 음주를 측정하듯 흡연 여부를 측정하고, 같이 입소한 흡연자들끼리 금연 자세를 공유하면서 금단증상을 이겨 낼 수 있었다"며 "일주일이 지나니 금단증상이 거짓말처럼 없어졌다. 흡연 욕구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금연하고 싶다면 혼자서 챔픽스를 먹기보다 금연 캠프처럼 여러 사람들과 함께 금연하면 효과가 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숙박형 금연 캠프 임소자 10명 중 6명 성공… "혼자보다 여럿이 같이해야 성공률 높아" 금연을 시도했다가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들에게 의지가 부족하다고 핀잔을 주지만 사실 니코틴 중독 증상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때의 성공률은 약 3~4%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금연이 어려운 집단이 있다. 수십 년간 매일 담배를 피워 온 중증 및 고도 흡연자는 그만큼 니코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웬만한 의지와 금연보조요법으로는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중증·고도 흡연자들을 위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금연 캠프가 있다. 의료진과 전문 상담가·운동 처방사가 협력해 건강검사·약물치료·집중심리상담·운동 및 영양 교육 등을 제공하는 금연 지원 프로그램이다.
전국의 17개 금연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금연 캠프는 크게 4박5일 과정의 전문 치료형과 1박2일의 일반형으로 나뉘는데, 전문 치료형 금연 캠프가 성공률이 높다. 6개월간 금연 성공률을 보면 전문 치료형이 64.3%로 20.3%인 일반형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 치료형 금연 캠프의 높은 금연 성공률의 배경은 금연 이후 가장 힘든 시기인 초기 5일을 이겨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금연 성공률을 보이는 전북금연지원센터 이영훈 부센터장(원광대 교수)은 "금연 캠프는 기존 금연 지원 서비스와 달리 숙박 형태로 운영되고, 다양한 건강검진으로 흡연자의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객관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이 금연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부센터장은 "합숙 기간에 상담과 치료 과정을 통해 금연의 필요성과 자신감을 갖게 되고,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금연 의지를 북돋아 서로 격려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부센터장은 "혼자서 금연을 시도하면 성공률이 매우 낮지만,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보다 쉽게 금연할 수 있다"며 "금연도 셀프(Self) 하지 말고 헬프(Help)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연 캠프는 2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졌고 2회 이상의 금연 실패 경험이 있거나, 폐암·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을 진단받은 뒤에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전국의 17개 금연지원센터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금연두드림 홈페이지에서도 센터별 금연 캠프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