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인사가 발표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임자의 임기가 3개월 남은 시점에 차기 행장 인사를 낸 것이 일반적인 관행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인사를 단행, 차기 신한은행장 내정자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내정했다. 이에 따라 임기 3개월이 남은 위성호 은행장은 연임에 고배를 마시게 됐다.
26일 위 행장은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한테 전화를 한 대부분 사람이 (인사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며 “저 또한 시기도 그렇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말을 아끼고 싶다”면서도 “앞으로 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기회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저한테 궁금해하는 것이 있으니 기회가 자연스럽게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그간 위 행장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이은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언급돼온 만큼, 위 행장이 추후의 일을 위해 여운을 남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서는 오는 2020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앞서 위 행장은 조 회장과 지난해 1월에 회장 자리를 두고 한차례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또 조 회장이 이번 인사를 ‘세대교체’라고 한 점에 대해 위 행장은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되고 있는 5개 주요 자회사의 CEO 5명 중 4명이 이번에 퇴출됐다”고, ‘퇴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신한금융 자회사 임원진 인사에서 신한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CEO 중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된 바 있다.
위 행장은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완료하시겠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이미 조 회장이 기자들에게 언급하신 걸로 알고 있다”며 임기를 완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임기까지 후보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 진 후보자가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서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주 인사 이후 위 행장은 조 회장과 직접적으로 대화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신한은행은 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차기 CEO에 대한 자격 요건 부합 및 적합성 여부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임 여부를 확정한다.
위 행장이 이사회에서 측근들과 함께 이번 인사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번 인사에 대해 위 행장이 불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그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