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생활용품 밀수입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 모녀 세 명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인천본부세관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세 모녀는 지난 200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260차례에 걸쳐 시가 1억5000만원 상당의 해외 명품과 생활용품 1061점을 대한항공 회사 물품으로 속여 국내에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2013년 1월부터 작년 3월까지 30차례에 걸쳐 가구·욕조 등 시가 5억7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수입자를 대한항공 명의로 허위신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인천본부세관은 "피의자들은 생활용품 등을 해외에서 구매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한 뒤 대한항공 해외지점에서 항공기 승무원 편이나 위탁화물로 국내로 배송하도록 했다. 또 이 물건을 인천공항 근무 직원이 회사 물품인 것처럼 위장해 밀반입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도 비협조적이었다. 인천세관은 총수 일가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발견되는데 이어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압수수색 중 밀수입 추정 물품을 다수 발견하면 '국내서 샀거나 선물 받았다'고 둘러대면서도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세관 당국은 지난 4월 이후 한진그룹 일가의 밀수입 전담수사팀을 꾸려 5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실시해 관련자 98명을 소환조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편익을 위해 대한항공 항공기와 직원 등 회사 자원을 밀수입 범죄에 동원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세관 당국은 이들의 범행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찰을 벌여 대한항공 회사 물품 반입시 검사 업무를 소홀히 처리한 세관 직원 등을 징계 처분했다고 밝혔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사진설명)인천본부세관이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과 생활용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