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도약과 NC, 롯데의 실각. 2018 KBO 리그는 시즌 전 전망과 엇갈린 결과가 많았다. 사령탑, 선수들의 각오와 공략 그리고 바람도 마찬가지다. 한 해의 끝에서 시작을 돌아본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나온 희망사항 가운데 몇 가지가 현실됐을까.
우승 후보가 아니었던 SK
순위를 전망하는 첫 번째 질문은 2017시즌 통합 우승을 이끈 김기태 감독에게 향했다. "KIA의 우승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팀을 꼽아 달라"였다. 김 감독은 민망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다른 9개 구단을 모두 지목했다. 그러나 사령탑 전체에 우승 후보를 묻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KIA다"라고 답했다.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조원우 전 롯데 감독, 김경문 전 NC 감독은 소속팀의 우승을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유력한 후보로 KIA를 꼽았다. 류중일 LG 감독도 마찬가지. 이때 트레이 힐만 SK 전 감독은 "두산과 KIA를 넘어야 우승할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했다. 당시 2017시즌을 5위로 마친 SK를 우승 후보로 보는 시선은 분명히 적었다. 그러나 막강 화력과 이전보다 안정된 마운드를 앞세워 정규 시즌 2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으니 목표를 지킨 셈이다.
변화를 예고한 한용덕 감독, 11년 만에 '가을 축제' 이끌어
한화 한용덕 감독
이날 행사에선 2018시즌을 앞두고 한화에 지도자로 복귀한 한용덕 감독과 장종훈, 송진우 코치가 현역 시절 함께 사진이 공개됐다. 한 감독은 "모두 어렵게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최고의 자리까지 갔다고 생각한다"며 "우리팀 선수들도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의미를 담아 현역 시절과 같은 등번호를 사용하게 됐다"고 전했다. 변화도 강조했다. 코치 시절과 달리 수염을 깎지 않으며 자신부터 전과 다른 인상을 풍겼다. 우승 후보를 묻는 질문에 "한화다"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레전드 3인이 돌아온 한화는 달라졌다. 탄탄한 불펜을 앞세워 끈끈한 경기력을 보여 줬다. 지난 5월부터 상위권으로 치고 나갔고 후반기에는 2위까지 노렸다. 2007시즌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비록 가을 야구는 짧았지만 기다린 팬들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해외 복귀파를 향한 사령탑 기대치? 충족!
김현수(LG)와 박병호(넥센),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두 팀 사령탑에게 기대치를 물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외인 타자 초이스와 함께 100홈런을 합작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병호는 "고척돔이 생각보다 크다"며 웃어 보인 뒤 "구장 핑계를 하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박병호는 홈런 2위(43개), 출루율(0.457)과 장타율(0.718) 1위를 차지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KBO에 복귀한 박병호(왼쪽)와 김현수는 각자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류중일 LG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공개한 김현수의 기대 성적은 타율 0.350·150안타·30홈런 이상이다. 김현수도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기대에 부응했다. 타율 1위(0.362)에 올랐고 안타도 164개를 기록했다.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종료 직후에 발목 부상을 당해 117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팀의 순위 경쟁에 기여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강점인 콘택트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했다.
서건창 추천 3인, AG 대표팀 승선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 명단은 개막 전부터 관심사였다. 사후에 병역특혜 논란이 커졌지만, 당시에는 젊은 선수가 승선해 금메달에 기여하고 병역의무를 해결하길 바라는 마음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물론 특정 선수를 제외하고 말이다.
미디어데이에 참가한 10개 구단 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에 꼭 출전해야 할 선수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두산 오재원은 "유희관이 꼭 가고 싶어 한다"며 좌중에 웃음을 줬다. kt 고영표는 자신을 추천했다. 대체로 젊은 선수들을 꼽았다. 넥센 서건창은 적중률이 높았다. 그가 추전한 투수 최원태와 야수 김하성 그리고 이정후까지 3명이 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