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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59. 한국 노벨상의 미래
지난여름이었다. 악성 뇌종양 발병 이후 모 대학병원에서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았다. 메스로 수술하기에는 제법 까다로운 위치에 뇌종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마나이프가 무엇입니까?”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수술이었다.
담당 의사는 감마나이프 수술을 차근히 설명해 주었다. “두피나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감마선을 사용해 머릿속 질병을 치료하는 최첨단 뇌수술입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최첨단 PET와 MRI 기술이 절대적이다.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는 양전자를 방출하는 동위원소를 체내에 주입한 뒤, 인체 조직에 분포해 방출되는 감마선을 검출해 단층 촬영을 하는 영상기법이다. 현대 의료에서 암의 진단과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영상기기다.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PET와 MRI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담당 의사와 각별한 인연인 조장희 박사는 1936년생으로, 43세에 미국 10대 명문 컬럼비아 대학의 정교수가 되었으며, 61세에 세계 석학들의 모임인 미국 학술원 정회원이 되었다.
그는 현대 의학에 없어서는 안 될 영상장비인 PET와 MRI 첨단 영상장비를 모두 개발했다. 이 중 현재 사용하고 있는 PET의 근간이 되는 ring type PET는 조장희 박사가 1970년대에 최초로 개발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전문가로 인정받아 컬럼비아 대학 방사선학과 정교수로 스카우트되었다.
현재 일반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는 1.5~3T 수준의 MRI다. 여기서 'T'는 자기장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테슬라다. 세계적인 뇌과학자 조장희 박사는 1980년부터 국내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1985년 금성통신과 함께 2T의 MRI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세계적으로 매우 앞선 기술이었다. 현재 유럽과 미국은 11T 수준의 MRI를 개발했고, 여기에 중국까지 MRI 전쟁에 뛰어들어 14T MR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장희 박사는 2004년에 국내 모 의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국내로 스카우트되어 뇌과학연구소에서 7T MRI 연구팀을 이끌었다. 수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고해상도의 7T MRI 뇌영상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 어떤 연유인지 그가 이끌던 7T MRI 연구팀을 떠나, 지금은 더 이상 7T MRI의 연구를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한 조장희 박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 멈추지 않고 한국의 카이스트 학생들까지 동시에 가르쳐 뛰어난 논문을 다량 배출한 ‘스타 연구실’로 성장시켰다고 한다. 그의 업적은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빛났다. 만약 한국인이 노벨의학상을 받는다면 가장 근접한 학자는 조장희 박사 같은 분이 아닐까.
MRI의 핵심 원리를 발견한 펠릭스 블로허와 에드워드 퍼셀은 195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기술을 이용해 MRI 촬영장치를 개발하는 데 기여한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폴 로터버 교수와 영국 노팅엄 대학교의 피터 맨스필드 교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취리히 대학교의 에른스트 교수는 199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MRI에 관한 기술로 무려 5명의 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조장희 박사는 MRI 분야에서는 가히 독보적이다. 그럼에도 현재 연구를 중단하고 있다니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뇌는 신비한 영역이다. 아직까지 인간은 뇌의 비밀을 5%도 풀지 못했다. 이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최첨단 MRI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중국은 14T MRI 개발에 전폭적인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가 있다. 중국보다 먼저, 그리고 세계 최초로 14T MRI를 개발하기 위해서라도 새해에는 조장희 박사의 연구가 재개되었으면 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