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59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우승으로 가는 첫 관문인 조별리그 대진표가 비교적 수월하게 짜여 기대감도 고조된다. 한국은 중국, 키르기스스탄, 필리핀과 C조에 속했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중동팀이 없다는 게 눈에 띈다. 대회 규정상 조 2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16강 자동 진출, 3위를 기록하더라도 각 조 3위 중 성적 상위 4개 팀 안에 들 경우 16강에 진출한다. 물론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벤투호의 목표는 조 1위 16강 진출이다.
한국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로, C조의 가장 강력한 1위 후보다.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팀들에 비해 한 수 위 기량으로 평가받지만,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1월 16일)을 단 이틀 앞두고 합류한다는 점이 변수다.
한국 대표팀 핵심 공격수 황의조 물론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선수들은 충분하다. 원톱 황의조(감바 오사카)를 비롯, 수준급 공격수들이 출격 대기 중이고,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황희찬(함부르크)과 이재성(홀슈타인킬) 등 2선 라인도 튼튼하다. 여기에 기성용(뉴캐슬) 이청용(보훔) 등 베테랑 선수들이 가세해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다. 평가전에 결장한 왼쪽 풀백 홍철(수원) 김진수(전북)를 비롯해 2018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거치며 대표팀에 안착한 주세종(아산)과 황인범(대전) 김문환(부산) 등 주요 백업 멤버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중국 FIFA 랭킹 76위 중국 역시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다. 한국과 조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은 아시안컵 우승 경험이 없다. 1984년과 2004년 두 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준우승을 거뒀을 뿐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의 지휘하에 2016년부터 팀을 만들어 왔고, 아시안컵 23명의 선수 명단 모두 자국 슈퍼리그 소속 선수들로 채웠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중국의 베테랑 공격수 가오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공격수 가오린(광저우 헝다)이다. 1986년생 베테랑 선수인 가오린은 2005년 대표팀에 데뷔했고, 총 88차례 A매치에 나서 18골을 넣었다. 2010년엔 중국 슈퍼리그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젊은 피' 위다바오(광저우 궈안)도 경계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위다바오는 데뷔전이던 한국과 개막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31분에 동점골을 넣었다. 한국은 이 골로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고 2-2로 비겼다.
한국은 중국에 18승13무2패의 압도적인 상대 성적을 거뒀는데, 최근 3경기에선 1승 무1패를 기록 중이다. 특히 2010년 이후 6경기에선 2승2무2패를 기록 중이라 경계할 필요가 있다.
키르기스스탄 2차전 상대인 키르기스스탄(FIFA 랭킹 91위)은 낯선 팀이다.
키르기스스탄의 키 플레이어로 뽑히는 바흐티야르 두이쇼베코프
한국과 A매치에서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는데다, 아시안컵 본선에 나선 것도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객관적 전력상 손쉬운 상대로 꼽히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바흐티야르 두이쇼베코프(23)가 키 플레이어로 꼽힌다. 두이쇼베코프는 중원을 조율하면서 수비에도 합류하는 포어리베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조별리그에서 키르기스스탄과 경기를 치른 게 유일한 대전 기록이다. 당시 한국은 손흥민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필리핀 C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필리핀(FIFA 랭킹 116위)도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한 팀이다.
필리핀의 핵심 슈테판 슈뢰크. 슈뢰크는 독일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이며 호펜하임,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뛴 유럽파다.
그러나 필리핀을 이끄는 사령탑은 국내 팬들에게 낯이 익다. 세계적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필리핀은 혼혈 선수들이 팀 주축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독일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출신 미드필더 슈테판 슈뢰크(32)가 핵심이다. 슈뢰크는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뛴 유럽파다. 2009년 FIFA가 이중 국적 선수에게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면서 2011년부터 필리핀 대표팀에서 뛰고 있다.
한국은 필리핀과 7번 A매치를 치러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가 1980년에 열려 큰 의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