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오래전부터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휴가'로 여겨졌다. 1월은 얘기가 다르다. 1월에 단체 팀 훈련이 아예 사라진 것은 올해가 불과 세 시즌째다.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팀들이 1월의 절반 이상을 스프링캠프에 할애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비활동 기간(12월과 1월) 준수'를 놓고 오랜 기간 투쟁한 끝에 '스프링캠프 2월 시작'이라는 결과물을 얻어 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는 오래전부터 2월에 스프링캠프를 개시했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는 야수가 합류하는 훈련은 2월 중순을 넘어야 시작한다. 하지만 KBO 리그는 캠프 시작일이 1월 초에서 15일로 밀린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월에 시작하는 스프링캠프는 단순히 날짜가 늦춰진 것 이상의 변화를 체감하게 했다. 시행 첫 시즌에 스프링캠프에 도착한 뒤 "예전보다 캠프 준비를 미흡하게 해 왔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도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개인 훈련은 단체 훈련보다 집중도가 떨어져서다.
시행착오를 거친 선수들은 곧바로 대안을 찾았다. 해외에 따로 차리는 '개인 캠프'다. 오는 11월에는 도쿄올림픽 예선 격인 '프리미어 12'가 열리기 때문에 역대 가장 이른 3월 23일에 시즌이 개막된다. 한 달 남짓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선수들의 몸과 마음은 더 바쁘다. 새해가 밝자마자 주전급 선수들의 '출국'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는 이유다. "1월에는 한국보다 괌이나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한국 선수가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올 시즌 직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NC 나성범은 미국 LA에 있는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양의지가 NC로 떠난 뒤 두산 주전 포수를 맡아야 하는 박세혁은 일본 명문 구단 요미우리의 레전드 포수 아베 신노스케와 괌에서 동반 훈련 중이다. 올해 FA 계약에 성공한 SK 최정과 이재원도 각각 일본 오키나와와 괌으로 떠났다. 두산 이재원은 지난해 도움을 받은 덕 래타 코치에게 다시 레슨을 받고 있고, 롯데 이대호는 연례행사처럼 사이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후배들을 모아 함께 떠나는 선배 선수들이 많아진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스프링캠프 개시일이 2월로 밀린 뒤, 연봉이 적은 선수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고액 연봉자들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데, 비용 부담 탓에 겨울 훈련까지 모자라면 그 격차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부 고액 연봉 선수들은 친한 후배 몇 명과 해외 자율 훈련에 동행한 뒤 숙소를 함께 쓰고 밥을 사 주면서 '훈련 파트너'가 돼 주는 모범을 보이기도 한다. 비행 시간이 길고 시차가 큰 미국에서 훈련하는 팀들은 선수가 출국 날짜를 조절해 먼저 현지에 도착한 뒤 1월 체류비는 개인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단점을 보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