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시즌 각 구단의 주장을 맡은 LG 김현수(왼쪽부터), 삼성 강민호, 롯데 손아섭, NC 나성범 소통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시대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주장의 임무도 예전보다 더 막중해졌다.
야구단은 '프로' 선수들이 모인 집단이다. 이름값 높고 몸값 높은 스타 선수들 사이에서 주장이 제 목소리를 내려면 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성적에 따라 수천만 원도 아닌 수억, 수십억 원의 몸값 격차가 생기는 상황에서 '야구 못하는 선배'의 말은 야구 잘하는 후배들에게 권위를 잃는다.
무엇보다 주장은 최소한 시즌 내내 1군에 머무를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 주장이 성적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다면, 1군에서 또 다른 '임시 주장'을 찾아 리더 역할을 맡겨야 하는 혼란이 생긴다. 주장이 안정적으로 주전 자리를 지키면서 성적으로도 모범을 보이는 게 최선인 셈이다.
지난 시즌에 주장을 맡았던 선수들 가운데도 그 임무를 완수한 선수들이 적지 않다. 두산 오재원·SK 이재원·KIA 김주찬·롯데 이대호·LG 박용택·kt 박경수 등이 그랬다. 그러나 한화 송광민이나 NC 손시헌처럼 부상이나 부진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야 했던 주장들도 나왔다. 한화는 이성열, NC는 박석민을 각각 임시 주장으로 내세워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유독 '스타 캡틴'이 여럿 탄생했다. 대부분 감독이 직접 골라 주장 완장을 채운 인물들이다. 팀에 얼마나 오래 몸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대한 팀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는 선수로 선정했다. LG 김현수와 삼성 강민호를 보면 더욱 그렇다.
김현수는 류중일 LG 감독이 뽑은 새 주장이다. 류 감독이 선수단 전체 미팅에서 코치들과 선수들의 동의를 구해 김현수를 주장에 앉혔다. LG와 한 지붕 라이벌인 두산에서 오랜 시간 간판 선수로 활약했던 김현수는 이적 1년 만에 새 소속팀 선수단을 대표하는 자리에 올랐다. FA 이적 첫해인 지난해 타격왕에 오르면서 '모범 FA'로 인정받은 덕분이다.
강민호도 이적 1년 만에 주장 중책을 맡았다. 전임 주장인 김상수의 프리에이전트(FA) 협상이 길어지는 사이, 주인을 잃었던 캡틴 완장을 차게 됐다. 지난해 삼성과 4년 계약을 맺고 롯데에서 삼성으로 건너온 강민호는 다소 아쉬운 타격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팀 내 젊은 투수들과 원활하게 호흡을 맞추는 한편 유쾌한 성격으로 후배들을 하나로 묶는 장점을 인정받았다.
양상문 감독 체제로 새 출발을 하는 롯데는 외야수 손아섭을 새 주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2년간 주장을 맡았던 이대호가 양 감독에게 "주장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공식 취임식에서 이 소식을 전한 뒤, 곧바로 새 주장 손아섭을 소개했다. 손아섭도 주장 자격이 충분하다. 2007년 롯데에 입단한 뒤 줄곧 자이언츠 유니폼만 입었고, 지난 시즌 직후 다시 FA 4년 계약을 해 부산에 남았다. 팀 내부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근성과 투지의 상징으로 꼽히는 선수다. 양 감독 역시 "손아섭은 팀 내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투지가 넘치는 선수다. 주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NC는 이동욱 신임 감독이 직접 선택한 나성범을 새 주장으로 발표했다. 나성범은 NC가 1군에 진입한 2013년부터 줄곧 팀의 얼굴로 활약한 선수다. 구단 최초로 골든글러브 수상과 최초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을 비롯, NC의 역사를 차례로 써 내려가고 있다. 그동안 NC 주장 자리는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타자들의 몫이었다. 내년에 30세가 되는 나성범은 팀 역대 최연소 주장이다.
아직 주장을 최종 결정하지 않은 팀들도 최대한 무게감 있는 주장을 선택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SK는 4년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우승 주장' 이재원에게 다시 캡틴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 한화 역시 지난해 송광민 후임으로 주장을 맡았던 이성열이 유력한 후보다.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올해 '주장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까? 절대 강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2019시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