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시영에게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연기자, 복싱 선수에 이어 트럭 카체이싱이 가능한 유일한 여배우, 탁구 생활체육인,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도전을 이어왔다. 특히 영화 '언니(임경택 감독)'로 그는 여성 원톱 액션 영화의 새 장을 열었다. 사라진 동생 은혜(박세완)의 흔적을 찾아갈수록 점점 폭발하는 전직 경호원 인애 역을 맡아 주짓수와 카체이싱 등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대역도 쓰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힐을 신고 원피스를 입은 채 직접 뛰고 때리고 맞았다. '아저씨'의 원빈, '성난황소'의 마동석과 함께 언급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스크린 공략과 동시에 브라운관도 점령했다. KBS 2TV 수목극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화상 역을 연기하며 '언니'와는 정반대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마음껏 막 사는 캐릭터"다. '언니'에서는 건장한 남자 10명을 물리치는 무적의 언니로, '왜그래 풍상씨'에서는 철없는 화상으로 자유자재 변신한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요샌 또 다른 취미에 빠져있다. 취미로 시작한 복싱으로 인천시청 실업팀에 소속돼 프로 복서가 됐고, 이에 그치지 않고 국가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복싱을 그만두나 싶었더니 이젠 탁구가 좋아졌다. "실력이 한참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또 언제 국가대표 태극 마크를 달고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이쯤되니 더 도전할 것이 남았나 싶을 정도. 그러나 아직도 못해본 것들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특수 레카차 면허를 따서 우리나라 모든 자동차 면허를 가지고 싶다거나, '언니'를 시작으로 더 거칠고 능숙한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다거나, 더 좋은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액션 연기에 관해서는 만족하고 있나요. "합을 맞추는 액션은 완벽하게 한 것 같아요. 처음 합을 맞출 때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소화할 만한 분량과 액션 난이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 신기한 게, 그래도 하니까 되긴 돼요.(웃음) 시작했으니까 끝은 봐야했죠. 정말 불가능한, 진짜 고난도 액션은 뺐어요. 그리고 사실 이 영화를 통해서 더 진화된 액션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욕심이 더 생겼어요.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이 영화를 찍은 이후에 나온 액션 영화들 가운데 좋은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영화들을 보면서도 더 업그레이드된 액션 영화를 찍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
-만족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았나봐요. "조금 더 멋있는 액션을 찍을 수 있었는데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 소화해야 했어요. 예를 들어, 차량 추격신도 더 잘 찍을 수 있는데 차가 두대밖에 없었어요.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죠. 그런 문제에서 조금만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잘 할 수 있어요. 물론,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 정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어요. 또 꼽자면 김원해 선배와의 액션신이요. 목을 타고 올라가서 꺾는 무시무시한 기술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인애의 마지막 필살기죠. 엄청 연습했는데 결국은 못 찍었어요. 촬영을 26시간 하고 나니 그 동작이 죽어도 안 되는 거예요. 대역을 쓰는 것은 원치 않았어요. 20번 넘게 시도했는데 몸에 힘이 없어서 실패했어요. 그때 못했던 게 억울해서 예능프로그램 나가서 한풀이 했죠."
-'언니'에서의 무기는 주짓수죠. "주짓수는 어려운 운동이에요. 상대방의 관절을 꺾는 운동이거든요. 그래서 여자이지만 남자와 붙어도 타격을 크게 줄 수 있어요. 힘이 아니라 주짓수 기술들로 승부하는 것이에요. 주짓수를 배워서 이 영화와 맞는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어요."
-'아저씨'나 '테이큰' 같은 남성 액션 영화들과 비교돼 언급돼요. "비교하고 언급해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사실 언급하기 부족할 만큼 제 실력이 모자라고요. 이런 영화를 찍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고요, 앞으로 또 이런 액션 영화를 찍고 싶어요."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에 가족들이 걱정하겠어요. "가족들은 걱정하는데 다들, 정말 아무도 걱정하지 않아요.(웃음) 특히 감독님들은 '잘 할 수 있잖아' 이렇게 이야기해요. 남편은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에) 더 이상 놀랄 게 있을까 싶은데요. 사실 임신했을 때 찍었던 드라마 '파수꾼' 때는 남편이 기겁하더라고요. 하하하. '파수꾼' 때의 액션 난이도에 비하면 이 정도는 괜찮아요. 정해진 합에 맞춰서 연기하는 건데요, 뭐. 작품을 찍다보면 더 위험한 상황도 많아요. 연습 많이 하고 합을 잘 맞추면 돼요."
-극중 인애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데,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어요. "청불도 괜찮은 것 같아요. 소외된 계층은 공권력에 기댈 수밖에 없고, 공권력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니까 스스로 동생을 찾아 나서는 영화에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들을 모두 죽이고 동생을 찾는다는 설정은 좀 지나친 것 같아서요. 주인공 두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이에요. 평범하게 살고 싶은 이들이죠."
-하이힐을 신고 원피스를 입고 거친 액션 연기를 보여줘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하이힐을 신을 수밖에 없는 설정이 등장해요. 미쟝센 면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고요. 운동화를 신고 부피가 큰 옷을 입으면 오히려 액션은 화려해져요. 하늘과 땅 차이에요. 원피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으면 자칫 어색해 보일 수도 있어요.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죠.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원피스와 하이힐을 선택했어요.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액션이라는 장점도 생기고요. 현실적 문제는, 발차기를 하면 치마 안이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인물의 감정이 담긴 의상이고 액션이기에 치마 안 속바지가 보이는 것이 문제가 아니에요."
-동생 은혜를 연기한 박세완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던데요. "박세완이 정말 잘해줬어요. 이 영화는 세완이의 첫 영화에요. 그때 딱 알아봤어요. 첫 촬영 하고 나서 '보통 애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세완이한테 '너 잘되면 언니 잊지말고 꽂아줘라'라고 보험 들어놨어요. 하하하. 지금은 미니시리즈 주인공도 하잖아요. 이렇게 될줄 알았어요."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사진=박세완 기자 영상=박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