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의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9 UAE 아시안컵 C조 2차전 키르기스스탄과 경기에서 김민재(전북 현대)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이번 승리로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지었지만 벤투호는 웃지 못했다. 기본적인 패스 조차 미스를 범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망감을 안겼다. 패스 미스가 잦았고, 백패스를 남발했다. 조직력응 엉망이었다. 답답하고 투박한 공격전개는 매력이 없었고, 골대만 때릴 뿐이었다. 부정확한 크로스도 변함이 없었다.
수비는 흔들렸다. 쉽게 공간을 내주는 수비는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전체적으로 조직력은 엉망이었고 답답하고 무기력했다.
이번 경기력이 벤투호의 스타일을 확실히 말해주고 있다. '강팀에게 강하고 약팀에게 약한 스타일'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 강호들을 상대로 선전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뷔전에서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를 2-0으로 잡더니 남미의 강호 칠레에 밀리지 않으며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남미의 강자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2-1 승리를 이끌었다.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파나마와도 2-2로 비겼다. 또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등 주축들이 빠진 상황에서 아시아의 강호 호주와 1-1로 균형을 맞췄다.
아시아의 복병 우즈베키스탄을 4-0으로 대파하더니,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우승후보 중 하나로 평가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와 0-0으로 비겼다. 결과가 아닌 실험에 집중한 경기였다. 이때까지는 좋았다. 이때까지는 친선경기였다.
진짜 무대, 아시안컵 본선에 들어가니 벤투호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약체들과 2연전에서 무기력함으로 일관했다. C조 1차전 필리핀, 그리고 2차전 키르기스스탄까지 한국보다 한수, 아니 두수 아래인 팀들을 상대로 말이다.
아시안컵이 있기 전까지 벤투호는 대부분 강호들과 싸우며 경쟁력을 높였다. 즉 강팀을 상대로 살아남는 법만 배운 것이다. 약팀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약팀과 경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실제로 정우영(알 사드)은 필리핀전이 끝난 뒤 "이렇게 수비만 하는 팀과 실제로 해본 것이 오랜만이다. 그런 팀을 뚫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팀을 상대할 때나 약팀을 상대할 때나 똑같은 전술. 벤투 감독은 아시아 무대에서는 한국이 강팀이라는 점을 망각하는 듯한 느낌이다. 아시아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고밖에 볼 수 없다.
키르기스스탄이라는 약체의 공격력이 무서워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골키퍼를 제외한 한국 선수 10명이 전원 수비에 가담한 것 등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강팀이 약팀을 상대로 시도하는 이례적인 전술이라 볼 수 있다.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자주 등장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 앞으로 한국이 만날 상대가 더욱 강해진다는 점이다. 다음 상대 중국은 C조에서 가장 강한 상대다. 토너먼트로 올라서면 더 강한 팀들이 온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