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준 인천시청 감독이 미디어데이에서 한 말이다. 이적, 부상 선수 이탈로 약화된 전력을 직시하며 내세운 현실적 목표다. 대표 선수 신은주도 "어려운 상황을 맞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인천시청은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강팀을 상대로 선전을 이어 가며, SK 핸드볼 코리아리그 순위의 경쟁 판도를 바꿀 팀으로 떠오른다. 조 감독이 내세운 목표도 달성이 유력하다.
인천시청은 새해부터 다른 팀이 됐다. 지난해는 현재 8연패에 빠진 광주도시공사를 상대로 얻은 1승이 전부다. 그러나 지난 4일 열린 삼척 시리즈 첫날 경기에서 서울시청을 상대로 28-23으로 완승을 거뒀고, 6일 치른 디펜딩 챔피언 SK슈가글라이더즈전에서는 26-26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상승세는 서울 시리즈에도 이어졌다. 12일 열린 2일 차 경기에서 1라운드 전승(7승)을 거두며 무패를 달리던 부산시설공단을 상대로 27-25로 승리했다. 대어를 낚았다. 리그 순위의 판도도 변했다. 삼척시청과 부산시설공단의 2강 체제가 됐고, SK슈가글라이더즈는 승점 3이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인천시청의 4강 도약도 가시화됐다.
지난달 9일 막을 내린 아시아핸드볼선수권대회로 생긴 휴식기가 약이 됐다. 시즌 초반에는 에이스 송지은(23)이 꼬리표 부상을 당해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된 뒤에는 공격이 날카로워졌다. 신은주(26)·김희진(24) 등 레프트윙, 백 라인도 득점이 많아졌다. 루키 센터백 오예닮(19)은 활력소다.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그는 서울시청전에서 7득점을 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이후에도 민첩한 플레이로 인천시청의 득점 루트 다양화에 기여했다.
오영란(47)은 존재만으로 힘이 된다. 1972년생인 그는 현재 플레잉코치 겸 주전 골키퍼다. 실업 무대 28년 차, 올림픽만 다섯 번 출전했다. 팀이 공격하고 있을 때는 후방에 있는 선수, 벤치에 있는 선수에게 작전 지시와 조언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앞에서 열심히 뛰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우리가 강팀은 아니지만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오와 독려를 전했다.
경기력은 뒷심이 유독 돋보인다. SK슈가글라이더즈전에서는 후반 25분까지 2점 차로 끌려갔지만 꾸준히 득점하며 상대를 압박했고, 25분30초~28분10초 사이에 실점 없이 3득점을 하며 역전까지 해냈다. 33초를 남기고 동점을 허용하며 무승부가 됐지만, 경기 종료 이후 웃지 못한 쪽은 상대였다.
부산시설공단의 8연승 저지도 역전극이었다. 전반전을 11-17, 6점 차로 뒤진 채 마쳤다. 그러나 종료 5분25초를 남기고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상대는 류은희·권한나·심해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지만 인천시청의 추격 기세에 당황했다. 1점 앞선 채 맞이한 마지막 수비에서 오영란이 두 차례나 세이브를 해내며 리드를 지켜 내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리그에서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이다.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마산 시리즈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7승1패를 기록하며 2위에 오른 삼척시청을 상대한다. 1라운드에선 24-25, 1점 차로 석패했다. 리그 1~3위 팀과 연전을 패배 없이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