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정 작가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3층 에메랄드홀에서 tvN 토일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가 출장 차 찾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리얼한 증강 현실 게임을 둘러싼 실종·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시청률 10.0%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초반의 강렬했던 인상에 비해 힘이 많이 떨어졌고 답답한 전개,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 활용 등으로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기도 하다. 송재정 작가는 솔직한 입담을 발휘하며 작품의 탄생부터 마지막 관전 포인트까지 밝혔다.
-신선한 소재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어떻게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됐는지. "소재를 어디서 찾았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 원래 'W' 이후 타임슬립을 구상했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이후 유진우에 대해 썼고 스토리라인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타임슬립을 제가 많이 해서 그런지 욕구가 안생겼다. 다른 소재가 없을까 하다가 '포켓몬고' 열풍이 불어서 해봤더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때는 게임을 좋아했는데 드라마로서 게임 소재를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 '아바타' '레디플레이어 원' 같이 자본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켓몬 고'처럼 아이템만 CG로 할 수 있다면 드라마에서 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제작사를 설득하면 도전해볼 수 있는 소재일 것 같아서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라는 인물을 그대로 두고 쓰기 시작했다." -뜨거운 반응을 실감하는지. "반응은 열띠지만 시청률은 그만큼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젊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 이 소재가 먹힐까 늘 의문을 갖고 시작하는데 이번에도 그래도 많은 분이 적응해주시고 즐거워해주셔서 이 정도면 만족하고 감사히 생각한다."
-게임에 대한 설명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 세대이고 게임을 많이 했다. 어느 정도 섭렵했다. 요즘은 대본 쓰느라 바빠서 잘 못하지만 어릴 때부터 게임을 즐겼고 '문명' '대항해 시대' '심시티' 등 전략게임을 좋아했고 '클래시 오브 클랜' 등 할만큼 많이 했다. 게임을 몰랐다거나 취재를 새로 한 건 없다. 다만 타깃을 게임을 전혀 모르는 분들에게 뒀다. 어떻게 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할까 생각하다 보니 설명이 많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1회 때 게임 장면이 많이 나올 때 채널을 돌린 분들이 많았다. 저는 게임 장면이 너무 재밌었고 1회에 광장에서 게임하는 장면을 어떻게 드라마에 구현하고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게임을 하는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에 가장 재미있는 신이었다. 시청률 그래프를 보니 그때 많이 빠져나가더라. 로맨스로 알고 계셨던 분들이나 게임에 전혀 관심 없었던 분들이 그때 많이 빠져나가고 게임 좋아하는 분들 등 시청층의 이동 과정이 생기면서 7~8회에 게임에 많이 적응한 것 같다. 게임을 모르는 분들이 이걸 끝까지 보기 무리 없을 정도로 설명했다. 퀘스트라든지 레벨업 등 게임의 틀을 설명하는 것 이상을 넘지 않으려고 애썼고 더 복잡하게 쓰지 않으려고 했다. 가이드라인을 소박하게 잡기 위해 애쓴 게 힘들었다." -장르를 어떻게 설정한 건지. "타임슬립에서 소재를 AR로 바꾼 거라서 개념 자체가 판타지에서 시작한 거다. 타임슬립 판타지냐, 증강현실 소재의 판타지냐인데 증강현실이 조금 더 과학적 소재이다 보니 완전한 SF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판타지였다. 렌즈와 게임을 하다가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작된 버그와 이를 해소하려는 현빈의 노력인데 거기서부터 불만을 가진 것 같다. 기술적인 오류로 해결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걸 게임 속에서 판타지로 해결할 생각이었다. SF 장르도 생소한 상황에서 판타지까지 넘어가버려서 기대치가 달라진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원래부터 이 이야기는 판타지였다."
-조연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답답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조연들에게도 사연을 주고 열심히 썼고 그분들도 열심히 연기했는데 보기 싫어하셔서 당황스럽다. 잔가지라고 생각하고 쓰지 않았다. 이 드라마는 세 가지 큰 줄거리를 갖고 크게 꼬아서 시작했다. 한 가지는 게임, 두 번째는 현빈과 박훈의 애증과 암투라는 휴먼스토리, 세 번째는 현빈과 박신혜의 사랑 이야기 세 축을 중요하게 놓고 꼬아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한보름과 이시원도 중요한 관계였다. 전 부인을 두 명이라고 설정한 건 현빈이 과거의 과오들, 분노를 했건 치기를 했건 잘못된 선택이나 박훈에게 복수하는 과정 이런 것들을 바로 떨쳐내지 않고 업보처럼 쌓여서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해결하고 모든 과거의 흔적을 지우면서 박신혜에게 다가가느냐가 저에게 중요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두 번 결혼한 캐릭터의 로맨스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멜로는 상당히 어려웠다. 원안은 더 피폐하고 더 인생에 시니컬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처음에 정희주 역할을 생각했을 때 '아저씨'나 '레옹' 같은 관계로 생각했다. 유진우가 모든 것을 잃은 피폐한 상태에서 구원자 같은 관계,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관계를 생각했다가 현빈과 박신혜가 캐스팅된 다음 두 분의 미모가 너무 아까워서 최선을 다해 멜로를 넣으려고 했고 굉장히 힘들었다. 두 분의 케미를 활용해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멜로가 힘들었는데 멜로를 원했던 시청자분들은 분량이 적다고 불만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다."
-경찰들의 긴급 체포 과정이 무리수가 아니었는가 하는 지적도 있다. "자문을 받았다. 구속이 아닌 체포는 그 정도 증언이면 긴급 체포 상황이 된다고 확인을 받았다. 긴급 체포와 구속은 다르다. 전부인이라는 사람이 그 정도의 증언을 한다면 긴급 체포가 된다고 한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상황은 아니고 무리한 설정은 아니다. 화가 나실 순 있지만 가능하지 않은 상황은 아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공학박사님과 이야기도 해보고 그랬다. 렌즈가 생체 에너지를 쓰는 거고 뇌 신경을 자극하는 렌즈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러면 공포스러운 상황이 될 거라고 했다. '포켓몬 고'를 하면서 길거리를 하면서 이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CG를 보게 되면 어떻게 될지 무섭기도 했다. 애인도 친구도 필요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CG의 NPC가 다가온다면 친구도 필요 없겠다는 위압감이 들었다. 현빈과 박훈이 진짜로 살의를 느낀 다음에 공격하고 죽는다. 죽는 건 판타지이지만 실제로 이런 게임이 있고 증강현실에서 정말 싫어하는 상사나 마음속으로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을 만났을 때 결투를 한다면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사람들의 분노와 살의가 직접 표출됐을 때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거기서 진짜로 그 죽음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시작해서 증강현실을 생각했을 때 느낀 공포를 표현했다."
-송재정 작가의 세계관이 있다고 한다. "한번도 어떤 세계관을 만들겠다고 생각하면서 쓴 적은 없다. 'W' 때는 특히 나 혼자만의 세계관이어서 하나도 이해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번엔 이해가 되고 있는지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공감이 되는지 주변에 물어가면서 작업했다. 더 친절하게 표현했더니 지루하다고 하는 분도 있더라. 이 플롯이 마땅하다, 이 플롯대로 가야지 하다 보면 보통 분들이 생각하는 플롯이 아닌 것 같더라. 제 머리에서는 그게 타당한 플롯이라고 생각했다. '남주를 너무 굴린다'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 같다' '피폐해지는 걸 즐기는 변태 같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굴리는 건 맞다. 하지만 멜로는 좋아한다. 정통 멜로가 아니고 하드한 장르에서 멜로까지 포함시키는 게 어렵다. 항상 하고 싶지만 잘 안돼서 멜로와 장르의 연결고리를 찾다가 시간을 다 보낸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면 장르도 좋아하지만 멜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트콤 할 때부터 습관이다. 이번에도 장르로만 가면 되는데 멜로를 하고 싶어서 그 접점을 찾다 보니 게임 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아니면 현빈과 박신혜의 멜로로만 갔으면 좋겠다 하면서 왜 두 가지를 다 해서 이렇게 고생을 할까 싶었다. 어떨 때는 민진웅(서정훈) 죽음 같은 하드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바로 멜로로 넘어가는 게 부담스럽고 결합시키기가 어렵구나 생각했다. 배우분들도 힘들었을 것 같다." -마지막회 관전 포인트는. "엠마에게 천국의 열쇠를 넘긴 뒤 끝난 게 아니라 보여주지 않은 게 있다. 엠마의 중요한 기능이 남아있다. 엠마가 왜 엠마여야하는지, 왜 박신혜가 엠마여야하는지 나온다. 지긋지긋한 과거 관계들, 전처들의 관계와 김의성과 박훈 등 이분들을 다 해결해야 진짜로 박신혜에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박신혜가 아깝다고 생각한다. 왜 현빈을 만나서 저렇게 고생을 할까. 재벌인 거 빼놓고는 문제가 많은 남자다. 당당하게 박신혜에게 가려면 당당하게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전한 해결은 무엇일지 이 마음의 빚을 갚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면 좋을 것 같다."
-PPL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드릴 말씀이 없다. PPL 홍수가 나서 댓글이 많았다. 13회부터는 들어갈 상황이 없어서 그 전에 많이 넣었다. '커피 맛있다' 등 대사 넣는 게 어색해서 게임 아이템으로 쓰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방송으로 보니 더 튀긴 하더라. 새로운 PPL을 개척했다고 생각하고 제작비와 타협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PPL 사례로 쓰고 있다고 들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기존 드라마와 작법이 다른 것 같은데. "엔딩을 16개를 정해놓는다. 엔딩을 정한 뒤 한 회 한 회 영화를 쓴다는 기분으로 쓴다. 엔딩이 가장 정점을 찍도록 하고 이어나가는 시도로 작법을 하기 때문에 보는 분이 당황하는 것 같다. 이미 이렇게 습관이 돼서 노력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인 것 같다. 이번 것도 보면서 깨달은 게 10부 이내에 짧은 에피소드, 시즌물로 갔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을 이제와서 하고 있다. 제가 기승전결로 가는 16부짜리보다는 시즌으로 가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다. 시트콤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시트콤은 항상 30분에 완결이 나기 때문에 그 구조에 익숙해서 시즌물로 가도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초반엔 신선한 소재, 빠른 전개로 많은 사랑 받았는데 중반부터 느려졌다는 비평 많아졌다. "몰랐는데 느리다고 해서 그런가 생각했다. 저로선 후반부 가서 달린다고 생각하고 신나게 썼는데 느리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싶었다. 느리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사건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 같은데 10회에 민진웅이 죽은 이후엔 캐릭터 플레이로 가려고 했다. 현빈의 감정에 집중해서 모든 걸 다 잃었고 계속 패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뇌와 사랑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다. 저는 그것에 집중했는데 미션에 집중했던 분들은 맥이 풀리면서 지루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세 부분으로 나눴다. 6회까지는 현빈을 통해 게임의 룰을 깨닫고 놀라는 과정, 7회부터는 반격하는 과정, 거기서 다시 패배하면서 후반부는 더 나쁜 상황에 빠지면서 박신혜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찬열을 찾아주고 자기 과거를 떨치기 위해 무엇을 할건지 고뇌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 고뇌가 와닿지 않고 지루했나보다 생각한다. 엔딩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결말 해결이 타임슬립과 관련이 있는지. "타임슬립일 거라고 추측하는 글도 많이 봤지만 그건 아니다. 아니라는 것만 말할 수 있다." -유진우 역에 처음부터 현빈을 생각했는지. "배우를 먼저 생각한 건 아닌데 연기를 보면서 너무 완벽하게 구현해주셔서 감동했다. 액션도 잘해야 하고 멜로도 잘해야 하고 재벌이야 하고 신체 조건이 전사 못지않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역할을 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현빈밖에 없었다. 기대했는데 방송을 보니 제가 깜짝 놀라고 감동할 정도로 유진우를 연기해서 제가 엄청나게 행운이고 같이 작업해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박신혜에 대해는 분량이 아쉽다는 의견 있는데. "히어로물 구성이라 스파이더맨이든 배트맨이든 여자 캐릭터가 능동적일 수 없다. 제 드라마가 여자 캐릭터가 비중이 작다고 항상 혼나곤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장르적 특성이다. 히어로물의 구조를 항상 갖고 가기 때문에 노력을 해도 항상 분량이 적다. 그 부분을 처음부터 양해를 구했다. 1인 2역에서 오는 엠마의 역할이 박신혜에게 새로움울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신혜도 엠마에게 관심을 많이 가졌다. 엠마가 16회까지 여러분을 놀래키게 될 거다. 박신혜의 6~8회에 나오는 깊은 멜로 연기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제가 본 적 없는 박신혜의 모습을 본 것 같다. 엠마가 마지막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번엔 어땠는지 모르겠다. 약점을 극복하는 게 어려웠다. 어떤 부분은 나아졌나 싶고 어떤 부분은 모자라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음엔 그 부분을 열심히 공부해서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