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앞둔 흥행 신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농구 코트 위에 등장했다. 20일 창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SKT 5GX 프로농구 올스타전, 전태풍(전주 KCC)이 머큐리의 트레이드 마크인 '난닝구'를 챙겨입고 콧수염까지 붙인 채 등장했다. 자꾸 떨어지는 콧수염 분장에 당황하면서도 당당하게 머큐리의 포즈를 따라하는 전태풍의 모습에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코트에 등장할 때부터 깜짝 놀랄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던 대로였다.
'프레디 풍큐리' 전태풍을 비롯해 올스타 선수들이 팬들을 위해 하나로 뭉쳤다. 2016~2017시즌 부산에서 열린 올스타전 이후 2시즌 만에 다시 수도권을 벗어나 치러진 이번 창원 올스타전은 풍성한 이벤트와 볼거리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올스타전'이란 이름처럼 '양홍석 매직'팀과 '라건아 드림'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펼쳤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침체된 프로농구의 인기를 살리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먼저 팬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선수들, 그리고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뜨거운 환호로 대답해준 팬들간의 '소통'이 빛난 경기였다.
최고참 전태풍이 앞장 서서 프레디 머큐리로 분장하고 나서 웃음을 이끌어낸 것처럼, 올스타전에 출전한 모든 이들은 팬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려놓고 코트에 섰다. 팬들이 원하는 이벤트를 선보이기 위해 군복을 빌려입고 나선 정효근(인천 전자랜드) 유명 래퍼 '마미손' 흉내를 내며 원 핸드 덩크를 선보인 김준형(창원 LG) 경기 도중 벌어진 노래 퀴즈에 참가해 마이크를 잡고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열창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의자에 앉은 채 자유투로 승부를 가린 양 팀 주장 양홍석과 라건아 등 감독과 선수 모두 하나되어 팬들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이들은 전날 서울에서 창원으로 이동할 때부터 팬들과 함께하며 팬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전 선수 전원이 기차 티켓 패키지를 구매한 팬들과 같은 열차에 타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고, 창원에 도착한 뒤에도 팬들과 '미니 올림픽'에서 함께 공을 굴리고 줄넘기에 릴레이까지 하면서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다. 올스타전 당일에도 선수들이 직접 경기장 앞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포토존과 커피, 피자 등 먹거리를 나눠주는 코너에 나뉘어 서서 팬들을 맞이했다. 코트에서 구슬땀 흘리는 모습만 보여줬던 선수들의 색다른 모습에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특히 올스타전이 열린 창원을 연고지로 한 LG 선수들의 인기가 높았다. 안방 팬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은 김종규(LG)는 올스타전의 꽃으로 불리는 '덩크슛 콘테스트' 국내 선수 부문 결선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2015-2016시즌 이후 3년 만에 국내 선수 덩크왕 자리에 복귀했다. 김종규는 이날 결선에서 하프라인에서부터 뛰어들어 강한 원 핸드 덩크를 꽂아넣는 등 멋진 기술을 선보이며 같은 팀 신인 김준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김종규는 올스타전에서 가장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에게 수여되는 '베스트 엔터테이너' 상도 받아 두 배의 기쁨을 만끽했다.
외국인 선수 덩크슛 경연에서는 정규리그 3점 슛 1위(평균 3.2개)를 달리는 마커스 포스터(DB)가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터는 4쿼터 경기 도중 펼쳐진 미니 퀴즈에서 '출제자'로 나서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헤드셋을 쓰고 어설프게 한국 노래를 따라부르는 포스터의 모습에 관객들은 폭소를 금치 못했다. 또 3점슛 콘테스트에서는 LG의 조성민이 1위에 올라 2015-2016시즌 kt 시절 이후 3년 만에 왕좌에 복귀, '조선의 슈터'다운 모습을 선보였다.
이날 올스타전은 라건아 드림팀이 129-103으로 양홍석 매직팀에 승리를 거뒀다. 최우수 선수(MVP)는 3점슛 10개를 포함해 40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이끈 마커스 랜드리(부산 kt)가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