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는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회 16강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디펜딩 챔피언 호주·한국·이란과 더불어 이번 대회 빅5로 불리는 일본과 사우디가 토너먼트 초반부터 마주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본은 조별예선 3전 전승으로 F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사우디(2승1패)가 카타르(0-2패)에 덜미를 잡히며 E조 2위에 머무르면서 16강에서 우승 후보간의 경기가 성사됐다. 일본은 한국과 동아시아를 이끄는 강팀이고, 사우디는 이란과 중동 축구를 양분하는 팀이다.
모리야스 하지메(51)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조별예선 결과만 따지면 만족스럽지만, 경기력을 따지면 부진했다는 평가다. 투르크메니스탄과 1차전은 먼저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고전 끝에 3-2로 경기를 뒤집었고, 오만과 2차전도 1-0 진땀승을 거뒀다. 불안한 경기력은 세대 교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번 대회 엔트리를 구성하며 가가와 신지(30·도르트문트)와 오카자키 신지(33·레스터 시티) 등 기존 공격의 핵심 멤버를 과감하게 제외했다. 대신 도안 리츠(21·흐로닝언) 미나미노 다쿠미(24·잘츠부르크) 기타가와 고야(23·시미즈) 등 20대 초반의 젊은 유럽파를 기용했다. 다음 월드컵을 대비해 차세대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2022년 월드컵은 UAE와 같은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린다. '젊은 피' 중 도안은 1골을 터뜨렸지만, 실제로 공격을 이끈 건 기존 골잡이 오사코 유야(29·브레멘)다.
일본의 버팀목은 경험 많은 후방 자원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나가토모 유타(33·갈라타사라이)-마키노 도모아키(32·우라와)-요시다 마야(31·사우샘프턴)-사카이 히로키(29·마르세유)로 이어지는 주전 포백(4-back)은 경험이 많은 선수들에게 맡겼다. 평균 나이 31.3세. 8년 전 카타르 대회 우승을 경험한 이들은 토너먼트가 거듭될 수록 노련한 플레이로 팀에 안정감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16강전을 대비해 체력도 비축했다. 모리야스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 조별예선 3차전에서 노장 수비진을 포함한 베스트11 중 10명에게 휴식을 줬다.
일본의 믿는 구석이 수비진이라면 사우디는 막강 화력을 자랑한다. 북한과 1차전에서 4-0 대승을 챙긴 사우디는 예멘을 5-0으로 꺾은 이란과 더불어 이번 대회 최강 공격력이라는 평가다. 카타르전을 제외하면 두 경기(레바논전 2-0승) 평균 3골을 몰아쳤다. 사우디는 누가 골을 넣을 지 모를 만큼 다양한 득점 루트가 강점이다. 사우디는 2골을 넣은 파드 알-무왈라드(25·알이티하드)를 비롯해 하탄 바헤브리(27·알샤바브) 살렘 알-도사리(28·알힐랄) 모하메드 알파틸(27) 후세인 알-모가위(31·이상 알아흘리) 등 5명이 골맛을 봤다. 이런 사우디의 공격 패턴은 일본 수비에 큰 부담이다. 벤투호에게도 이번 대결은 중요하다. 한국은 이번 대회 개막 직전인 지난 1일 사우디와 최종 평가전을 치렀는데, 0-0으로 비겼다. 만약 일본이 사우디를 이긴다면 간접적으로 일본의 전력을 분석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