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이라 쓰고 '대박'이라 읽는다. 신선도 만점, 완성도 백만점이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한국판 좀비물 '킹덤'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김은희 작가/김성훈 연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 그리고 주연배우 주지훈·류승룡·배두나가 참석해 '킹덤' 공개를 앞둔 소감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전 세계 190개국에 소개되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현장에는 국내 취재진들 뿐만 아니라 해외 각국의 취재진들이 자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국 BBC에서도 '킹덤'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취재를 나와 그 스케일을 가늠케 했다.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킹덤'이라는 것은 현장 분위기에서부터 감지됐다. 행사장 입구에는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취재진을 맞이해 환호성을 자아내게 했고, 행사장 전체는 '킹덤'의 세트장을 옮겨놓은 듯 그야말로 '킹덤'에 의한, '킹덤'을 위한 장소와 시간을 완성했다.
'킹덤'은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자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가 향한 조선의 끝에서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6부작 미스터리 스릴러다. 한국판 좀비물의 새 지평을 열 '킹덤'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으면서 역대급 수위를 예고, 시즌1 공개 전 시즌2 제작까지 확정지었다.
아직 완성본이 공개되기 전인만큼 질문은 김성훈 감독과 김은희 작가에게 집약됐다. 두 사람은 '킹덤' 제작기부터 넷플리스와 협업한 소감,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 시즌2에 대한 귀띔까지 스포일러를 건들이지 않는 선에서 취재진의 궁금증에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했다.
김성훈 감독은 "김은희 작가님이 글을 쓰고, 넷플릭스와 기획하고, 촬영을 진행하면서 다른 문화권의 시선과 평가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물론 그 지점 역시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전에 예측한다는건 쉽지 않다. 때문에 우리가 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진행했다. 새로운 문화권 사람들이 낯설어 하는 부분들도 있을텐데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공중파 방송에서는 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밤 10시, 11시에 편성이 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표현에 있어 제약이 많을 것 같더라.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와 작업을 논의할 땐 '이 이야기를 제대로 구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조금 더 편했다"고 설명했다.
'킹덤'은 매회 20억이 넘는 제작비가 투자된 대작이다. "예산은 주관적으로 봤을 때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적절했다고 본다. 그간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들과 비교했을 땐 빅버젯인 것은 맞다. 부족함은 없었지만 아주 풍요롭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킹덤'은 6부작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스토리를 이어간다. 김성훈 감독은 "금액적인 면 때문에 6부로 만든 것은 아니다. 모든 궁금증은 보면 해결될 문제다. 가장 클라이막스에, 적절한 시기에, 시즌2를 기대할 수 있는 장면에서 끊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작가 역시 "시즌2가 있다고 해서 시즌1을 느린 템포로 전달하지는 않는다. 본편을 보면서 확인해 달라"며 "한양으로 가는 과정까지 창, 서비 등 출연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성장도 있고 아픔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킹덤'의 키워드를 '배고픔'으로 잡았다. 이야기는 백성의 '배고픔'으로 빚어지는 엄청난 역병으로 시작해 결국 권력자들의 힘을 향한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까지 나아간다. 모든 사람이 느끼는 본능 중 하나인 배고픔이란 욕구를 단순한 허기를 넘어서 인간의 야망, 욕심을 향한 갈망으로 표현해 깊이를 더했다.
장르물의 대가이자 '킹덤'의 세계관을 창조한 김은희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의 '이름 모를 괴질에 걸려 몇만 명의 백성들이 숨졌다'라는 글귀에서 영감을 받아 글을 써 내려갔다는 후문. '헐벗고 굶주린 시대, 역병의 근원 뒤에는 배고픔에 지친 괴물들이 있었다'는 설정을 떠올렸다.
시대작 배경은 조선시대. 넷플릭스가 '킹덤'을 주목한 이유도 동양미 가득한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다. 김성훈 감독은 "가장 동양적인, 한국적인 이야기인데 외피는 서구에서 나온 좀비 장르다. 그 두가지가 융합된 것이 그들에게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주지훈은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으로 분해 정체불명의 역병이 불러온 대혼란에 빠진 조선을 배경으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다. 아버지의 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향했던 조선의 끝에서 왕세자 이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역병과 그로 인해 괴물이 되어버린 백성들을 마주하며 서서히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주지훈은 '킹덤'의 매력에 대해 "일단 대본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스타성 등 어떤 부분을 강조해서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예를 들어 어떤 시나리오를 보면 '월드스타인 배두나를 기용했으니 훨씬 더 활용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킹덤'은 그렇지 않았다. 각자 역할에 맞게, 자기 역할만 충분히 해내면 됐다. 솔직히 해외에서는 두나 누나 빼고는 다 신인배우 아닌가"라고 언급했다.
또 "촬영을 하면서는 혼자 그런 생각을 했다. 각 문화권마다 예민한 이슈들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금기시 되거나 특유의 예민한 이슈들이 있는데 '그것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겠다' 싶더라"고 읊조렸다.
이와 함께 류승룡은 일인지하 만인지상 영의정 조학주 캐릭터를 맡았다. 해원 조씨의 수장이자 조학주는 왕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조선의 실질적 지배자이지만,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 딸을 늙은 왕의 중전으로 만들 정도로 탐욕스러운 인물이다.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왕을 그와 중전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만들며 '킹덤'의 뿌리를 흔드는 비밀의 서막을 울린다.
배두나는 역병의 근원을 쫓는 의녀 서비로 돌아온다. 지율헌의 의녀 서비는 조선에 퍼진 역병으로 끔찍하게 변해버린 괴물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목격자이자 유일한 생존자다. 역병의 원인만 밝혀낼 수 있으면 변해버린 백성들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서비는 스승이 남긴 단서를 가지고 역병을 잠재울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후 이창 일행과 함께할 때도 지혜롭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다른 인물들도 서비에게 의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 배우들은 4일 후, 25일 오후 5시 공식 공개 될 '킹덤'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것은 미드인가 한드인가. 지금까지 이런 작품은 없었다"며 개봉을 앞둔 류승룡 출연작 영화 '극한직업'의 홍보 멘트를 참고해 '킹덤'까지 1석2조 홍보를 성공시킨 주지훈은 "싱가포르에서 살짝 봤는데 굉장히 뿌듯했다. 충분히 자신있다. 오픈하면 많이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배두나는 "6부작이 한꺼번에 공개되는데, 한 번에 다 봐도 좋고, 하루에 한 편씩 봐도 재미있을 작품이다. 골라보는 재미,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류승룡은 "단아한 아름다움 속에 두려움이 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넷플릭스와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킬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신뢰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