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안토니오 피치(51·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일본전 패배 이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피치 감독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의 샤르자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일본에 0-1로 패했다.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16강을 끝으로 짐을 싸게 됐다.
패배는 곧 이별로 이어졌다. 경기 직후 피치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과 함께한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났다. 누구도 재계약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피치 감독은 네덜란드의 명장인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7)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0-5로 대패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경질 위기를 맞았으나, 최종전에서 이집트를 꺾고 사우디아라비아에 24년 만의 월드컵 본선 승리를 안겼다. 이번 아시안컵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했으나 16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사퇴 수순을 밟게 됐다.
"우리는 아시아 최고의 팀 중 하나를 상대로 싸웠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본 선수들 중 일부는 유럽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라며 선수들을 다독인 피치 감독은 "나는 선수들이 보여 준 모습에 만족스럽고 선수들에게도 감사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요구한 것들을 잘 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실수도 있었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계약 종료와 함께 팀을 떠나게 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다음 도전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피치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패배 이후 팀을 떠나게 된 네 번째 사령탑이다. 사령탑 경질의 시작은 태국이었다. 태국은 대회 개막 사흘 만인 지난 7일,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인도에 1-4로 패한 다음 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밀로반 라예바치(65·세르비아) 감독을 경질했다. 태국은 감독 경질 이후 시리삭 요디야드타이(50) 임시 감독 체제로 대회를 치러 조별리그를 통과했으나, 16강전에서 중국에 패해 탈락했다.
태국에 이어 감독을 바꾼 팀은 시리아다. 시리아는 조별리그 B조 요르단과 2차전에 0-2로 패한 뒤 베른트 슈탕게(71·독일) 감독을 해임했다. 여기에 스테판 콘스탄틴(57·영국) 인도 감독이 사퇴하면서 조별리그에서만 3명의 감독이 팀과 이별하게 됐다. 콘스탄틴 감독은 2015년 부임해 4년 동안 인도 축구대표팀을 맡아 팀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도 1964년 대회 홍콩전의 3-1 승리 이후 55년 만의 승리를 안기며 순항하는 듯했으나 1승2패로 A조 4위에 그쳤다. 콘스탄틴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지금이 떠나야 할 시간"이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한 경기의 승패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토너먼트에 접어든 만큼, 남은 경기에서 또 다른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일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대회가 끝난 뒤, 과연 몇 명의 감독이 살아남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