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는 22일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바레인과 16강 경기에서 연장 전반 결승 헤딩골을 넣으며 대표팀의 8강행을 이끌었다. KFA 제공
김진수(27·전북 현대)는 기구한 선수다. 모든 축구선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김진수는 더욱 그렇다. 사연이 많다. 학창 시절에는 축구부 회비가 없어 장학생이 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뛰어야 했고, 흔한 청바지도 없어 운동복만 입고 다녔다. 시련을 이겨 내고 국가대표가 된 뒤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 부상에도 실력을 인정받아 일단 소집됐으나, 재활에 실패하고 대회 직전에 짐을 쌌다.
아시안컵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큰 실수를 한 선수로 남아 있었다. 2015년 아시안컵, 호주와 치른 결승전에서 실수를 저질러 결승골을 내줬기 때문이다. 우승 실패가 김진수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었지만, 수비에 실패한 실점 순간을 본인은 4년 내내 잊지 못했다. 바로 그 김진수가 2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라시드스타디움에서 끝난 바레인과 2018 아시안컵 16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연장 전반 추가 시간에 터진 극적인 골이었다.
A매치 37경기 만에 데뷔골. 특히 4년 전의 마음의 짐을 덜어 낼 수 있는 결승골이었다. 세리머니 시간을 충분히 즐길 만한 자격이 있는 득점이었다. 김진수는 가장 먼저 임신한 아내를 위한 세리머니를 했다. 축구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넣은 뒤 입맞춤했다. 이후 부상으로 대표팀을 떠난 기성용(30·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들어 올렸다.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은 기성용을 모두 생각한 따뜻한 세리머니였다.
김진수는 잘 웃는 선수다. 실제 만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대표팀 안에서도 분위기 메이커로 통한다. 선수단 안에서 레크리에이션 시간을 가질 때면 사회를 보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대표팀 분위기가 어색한 신입 선수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웃으며 다가가는 성격이다. 그래서 오해도 받는다. 필리핀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실수한 뒤 웃어 비판받았다. 본인의 실수 이후 동료들을 바라보며 나온 멋쩍은 웃음이었으나 팀 전체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터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러나 바레인전에서 나온 김진수의 웃음은 그 의미가 달랐다. 좋은 활약 이후에 나온 미소라 더욱 뜻깊었다. 1차전의 부진을 털고 3차전에선 좋은 모습을 보였으며, 16강전에선 완전히 올라서며 득점까지 기록했다. 김진수는 현재 상당히 중요한 자원이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홍철(29·수원 삼성)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철은 부상을 안고 대회에 참가했고, 이날 경기에서 약간의 부상을 당한 채 교체 아웃됐다.
파울루 벤투(50) 감독의 핵심 전술은 풀백의 전진과 크로스다. 벤투 감독의 축구가 완성되려면 풀백들의 발끝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기에 김진수의 득점은 어느 때보다 반갑다. 그의 득점이 오른쪽 풀백 이용의 발에서 시작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김진수의 축구 인생은 롤러코스터다. 큰 대회에서 언제나 내리막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오르막길을 향해 가고 있다. 아마 본인도 처음 겪는 느낌일 것이다. 김진수의 날카로운 왼발 킥을 8강전에서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