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배우 황정민이 연극 무대에서 2500년 전 비극의 주인공 오이디푸스로 변신한다.
24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연습실에서 연극 '오이디푸스' 연습실 공개 행사가 진행됐다. 개막을 앞두고 연극의 일부를 공개하며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많은 취재진이 모여든 가운데, 관심의 중심에는 주인공 황정민이 있었다.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작품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아 버려졌지만 아무리 벗어나려 애써도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진실을 좇는 인간의 열망과 가혹한 진실 앞에서 행하는 자기 단죄의 숭고한 비극을 담아 세기를 뛰어넘어 회자되고 있는 희곡이다.
지난해 연극 '리차드 3세'를 통해 연극 무대로 복귀했던 황정민은 1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선다. 주인공 오이디푸스로 분해 신이 버린 운명의 남자를 황정민다운 연기로 표현한다.
황정민을 비롯해 배해선, 박은석, 남명렬, 최수형, 정은혜 등이 원캐스트로 무대에 오른다. '왕세자 실종사건' '메피스토' 등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음악극, 창극을 막론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서보인 서재형 연출과 화려한 제작진이 호흡을 맞춘다.
황정민은 '오이디푸스' 개막을 앞두고 영화 개봉과 같은 심경이라고 밝혔다. 두 영역 모두 흥행을 기원했다. 그는 "영화와 다를 바 없다. 연극도 잘 됐으면 한다. 영화 개봉을 앞두기 전, 공연이 막이 올라가기 전에는 정말 잘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왜 '오이디푸스'였을까. '오이디푸스'는 모두가 다 아는 바로 그 이야기다. 게다가 2500년 전의 작품은 2019년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오기 힘들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이디푸스'를 택했다. 특히 황정민은 '오이디푸스'가 관객들에게 익숙한 작품이지만 그만의 색채로 새롭게 만들어낼 것이라 자신했다.
이에 대해 황정민은 "일단 작품이 좋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기본적인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있다. 실제로 소포클레스 시대에 이 공연을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다. 과거에 이 작품을 했던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까, 미래에 이 작품을 할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할지 궁금하다"면서 "연극쟁이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작품이다. 제가 한다고 해서 특출나게 다르지는 않겠다. 그러나 배우는 입장에서 열심히 접근했다. ''오이디푸스'를 이미 봤지만 황정민의 색깔이 있더라'라는 평을 들으면 다행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고전 작품을 이 시대에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다. 2500년 전에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것도, 그 작품에서 여러 작품이 생성된 것도, 여기서 하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다"고 말한 황정민은 "마음가짐을 허투루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적으로 어떻게 잘 해야 관객들과 소통을 잘 할지, 연극을 지망하는 이들이 이 작품을 보고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테랑 배우인 황정민도 "공연 때마다 늘 최선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그는 "연습 막바지다. '리차드3세' 때 공연을 하고 나서 어떤 연극이든 두렵지 않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대단한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더 한 것이 왔다. '오이디푸스'다. 열심히 잘 준비하고 있다.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몸 관리를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에 한 편씩 꼭 연극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는 황정민은 "늘 생각은 하고 있었다. 처음 연극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당시엔 관객이 없어서 못한 적도 있었다. 진짜 유명해지면 이런 날이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진짜 유명해지면 많은 관객들과 소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민은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 2시간 동안 연기를 하고 있을 때 제일 자유롭다. 정말 좋다"고 밝히며 "계속 할 것이다. 그간 못했던 이유는 덜 유명해서이겠다. 유명해지려고 영화를 많이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 같다. 계속 연극을 계획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