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스키 시장이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내수 침체에 고도주를 기피하는 음주 문화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위스키 판매량과 수입액은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이에 업계는 품종을 다변화하고 브랜드 매각·구조 조정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쓴다.
27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임페리얼' 브랜드의 판권을 3월 1일부터 '드링스 인터내셔널'에 넘긴다고 한다.
페르노리카의 한국 법인은 발렌타인·앱솔루트 등 수입 브랜드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국내용 브랜드인 임페리얼을 판매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 개 회사로 나뉘어 있는데, 이 중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드링스 인터내셔널은 국내 위스키 업계의 대부로 꼽히는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법인이다.
페르노리카의 결정은 10년 만에 매출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국내 위스키 시장의 불황과 관계가 깊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전년 대비 6%가량 줄어든 149만2459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2008년 284만1155상자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특히 임페리얼은 1994년 출시된 브랜드로 한때 국내 위스키 시장 1위를 차지했으나, 현재는 '윈저'와 '골든블루'에 이은 3위로 내려앉은 상태다.
페르노리카는 임페리얼 판권 매각과 함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대규모 구조 조정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2월 초까지 희망퇴직을 받아 현재 221명인 정규직을 94명까지 감소할 계획"이라며 "회사의 생존을 위해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페르노리카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스키 업계 1위인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해 7월 약 3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아울러 강남 사옥을 여의도로 이전했으며, 회원제 매장인 '조니워커 하우스 서울'도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업계는 구조 조정과 함께 신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저도주 상품을 강화하거나 젊은층을 고객으로 잡으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페르노리카는 무연산 퓨어 몰트 저도주 '스무스12'를 지난해 선보였다. 17년산 퓨어 몰트 저도주 '스무스17'에 이은 12년산 제품으로 라인업을 강화한 것이다.
디아지오도 지난해 말부터 저도주 'W 시그니처12'와 'W 시그니처17'을 판매 중이다.
저도주 위스키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50.4%를 차지하면서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위스키 자체보다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동안 맥주 제품으로는 흑맥주인 '기네스'만 수입·판매해 온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에 추가로 라거 맥주인 '홉하우스13'을 출시했다. 국내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 역시 맥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칼스버그 맥주의 공식 수입사 이후 올해는 수입 맥주 '톱5'에 들겠다는 계획으로 추가 브랜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 투자는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며 "당분간 위스키 업체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