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는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다. 당시 1232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고 배우 이병헌이 광해와 하선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했기 때문에 드라마화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그러나 3회부터 광대 여진구(하선)와 중전 이세영(유소운)의 로맨스가 시작되고, 지난 29일 방송된 8회에서는 도승지 김상경(이규)이 진짜 임금 여진구(이헌)를 독살하면서 원작과 완전히 다른 전개로 접어들었다. 동시에 영화와 비교를 걱정하는 여론도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아쉬워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한 듯 가려운 지점을 긁어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약했던 광대와 중전의 로맨스가 드라마에서는 디테일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세영이 달라진 여진구(사실은 광대)에게 연정을 느끼는 과정이 섬세하게 묘사되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또 영화에서는 타고난 온화한 성품으로 선정을 펼치던 광대가 결국은 쫓겨나고 진짜 임금이 복귀하는 현실적인 엔딩을 맞이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폭군의 광증을 지켜보며 갈등하던 김상경이 백성을 위해 진짜 임금을 독살했다. 이는 영화에서 채워주지 못한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와 확연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신선함, 폭군과 광대 1인 2역을 맡은 여진구의 신들린 연기력, 매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수식어를 차지했다. 최고 시청률 9.5%(닐슨 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월화극 1위로 순항 중이다.
김상경이 폭군 여진구를 살해했기 때문에 오름세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여진구의 1인 2역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시청자가 임금 여진구의 하차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또 영화와 완전히 달라진 나머지 8회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왕이 된 남자'가 끝까지 리메이크의 좋은 예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