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선 흐트러짐없는 우아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실제 마주한 배우 윤세아(40)는 우아함에 발랄함을 얹어 더욱 매력적이었다.
윤세아는 'SKY캐슬'에서 상위 0.1%에 어울리는 기품 있는 자태와 우아함을 뽐냈다. 격분할 때도 최대한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지혜로움이 돋보였다. 실제로는 너무나 발랄했다. 아직은 노승혜의 우아함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밝혔지만, 유쾌하고 밝은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180도 다른 반전 매력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2005년 영화 '혈의 누'로 데뷔한 윤세아. 다소 늦은 나이인 28살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김은숙 작가의 눈에 들어 세 작품 기회를 얻었다. 첫 드라마였던 '프라하의 연인' '신사의 품격' '시티홀'까지 이어졌다. 그 중에서 '신사의 품격'(2012) 홍세라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로부터 딱 7년 만에 인생캐릭터를 만난 셈이다. 또 한 번의 흥행에 성공하며 윤세아를 화제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SKY캐슬'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대사 하나하나가 정말 좋았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같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염정아 언니가 이랬다저랬다 하는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계속 생각하게 됐어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니까요. 또 남편의 배다른 딸 (김)보라(김혜나)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 많은 짐을 얹고 가는 과정은 어땠을까 싶었죠. 인물 하나하나가 불쌍했어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잖아요. 그런데도 공감 가고 예쁘게 그려주고 설득을 시켜줬죠."
-그중에서도 일명 '아갈대첩' 장면은 잊히지 않아요.
"그 신은 대본으로 보고도 웃겼어요. 똘똘 뭉쳐 공공의 적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여기서 우리 가족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리허설할 때부터 빵빵 터졌어요. 너무 웃기더라고요. 캐릭터들이 확실하게 보이니까요. 근데 편이 없었으면 정말 서러웠을 것 같아요. 아직도 뜨거운 사랑을 꿈꾸는 것 같아요. 환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그 순간엔 남편이 최고더라고요. 우리 가정이 최고고요. 그 신이 정말 모든 걸 보여줬어요."
-최원영 씨 캐릭터(황치영)는 여성들이 바라는 워너비 남편이었죠.
"오빠랑 제대로 연기를 해본 적 없어서 TV를 통해 재밌게 봤어요. 너무 스윗하더고요. 드라마 종방연 때 고기를 구워줬어요. 잘 굽고 능수능란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정다감했어요. 평소에도 그런 스타일인 것 같아요. 초반부터 이태란 언니와 눈만 마주치면 뽀뽀해서 많은 부부가 부러워했어요. 결혼해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하냐고요.(웃음)"
-쌍둥이와는 진짜 모자(母子) 같았어요.
"너무 좋았죠. 애들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몰라요. 처음부터 편했고 지금도 엄마, 엄마하면서 전화하고 문자 보내요."
-조병규 씨가 '엄마 역할을 하기엔 너무 예쁘다'며 상대역으로 만나고 싶대요.
"미쳤나봐. 별소릴 다 하고 다니네요. 효도한다고 한 마디 했나 봐요.(웃음)"
-박유나 씨와 모녀 케미도 좋았어요.
"원래 낯을 가린대요. 그런데 정말 편했어요. 그 친구의 눈코입이 미묘하게 나와 김병철 선배를 섞어놓은 것 같기도 했고요. 되바라지게 잘해줘서 우리 가정을 지켰죠." -염정아 씨와는 굉장히 돈독한 사이죠.
"속까지 다 터놓는 그런 친구가 없어요.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 이후에 다른 작품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항상 얘기했는데 그게 'SKY캐슬'이 될 줄 몰랐어요. 평소 언니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에서 노승혜를 많이 봤어요. 들어주기도 해야 하고 채찍질도 해야 하는 엄마의 모습이 도움 됐어요."
-노승혜가 염정아 씨의 영향을 받은 거군요.
"사랑이 굉장히 많은 분이에요. 일과 가정을 딱 분리해서 다 해내죠. 피곤함을 모르는데 그게 너무 멋있어요. 예서와의 대화에서도 애정이 다 드러나잖아요.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그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그냥 나오는 연기는 없는 것 같아요. 연기에 됨됨이가 실려요. 나이 드니까 눈빛에 깊이가 보이고요."
-한서진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았어요.
"'아갈미향'이 그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어요. 주인공이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욕심을 부리는데 그게 인간적이고 우리의 모습이니까 많은 분이 공감한 것 같아요. 욕심부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항상 고민하고 사는 게 사람이잖아요."
-반대로 이수임은 조금 미움을 받기도 했어요.
"태란 언니가 짊어진 짐이 있었죠. 너무 고생하고 잘했어요. 태란 언니가 오열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어요. 얼마나 오랜 시간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언니이지만 대견하고 토닥토닥 해주고 싶었어요."
-원래도 사랑이 많은 성격인가요.
"정이 많고 눈치도 많이 보는데 눈치가 빠른 편은 아니에요.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어요.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선을 지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아버지를 병간호하던 습관 때문에 누군가를 챙겨주는 게 몸에 남아 있어요. 그래서 상대방의 부족한 게 자꾸만 눈에 보이는 거예요. 뭔가를 해주고 싶고요. 그러지 못하면 내가 잘못한 것 같고 내가 상처를 줬나 생각하게 되고요. 그래서 상담을 받았어요. 모든 걸 해줄 수 없고, 오히려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최근에 생각하게 됐죠. 그런 선을 생각하게 되니까 밝아지고 홀가분해졌어요. 연기에도 깊이가 생긴 것 같고요."
-염정아 씨와는 이런 고민도 털어놓나요.
"언니랑은 고민 얘기보다는 웃고 떠들어요. 긍정적인 힘을 주는 존재죠. 언니가 걱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걱정에 대한 대답을 준비해서 가요. 그러면서 스스로 정리가 되고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패러디도 많은 화제가 됐어요.
"EBS 성우분의 패러디를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처음엔 노승혜가 없길래 내심 서운했거든요. 다음 편에서 해줬더라고요. 패러디 대열에 합류했다는 뿌듯함이 있었죠."
-윤세아 씨가 뽑은 최고의 명대사는 무엇인가요.
"아갈머리? (웃음) 처음 들어봤는데 너무 인상 깊었어요. 어디서 감히 쓸 순 없겠지만, 곽미향만 쓸 것 같은 말이에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결국 재결합했어요.
"사랑 없이는 이 부부가 성립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김병철 선배와 이 부부가 왜 같이 사는지 얘기를 나눴을 때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어요. 사실 차민혁처럼 가정적인 남자가 어디 있어요. 애들 공부를 누가 그렇게 봐줄 수 있겠어요. 방법이 잘못된 거지 마음만은 높이 사고 싶어요. 그래서 노승혜가 다른 방법으로 자꾸 기회를 준 거고요. 김병철 선배가 그걸 연기로 설득했죠. 차민혁에게 흔들렸어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요.
"인물도 장르도 이렇게 다양하고 잘 짜인 드라마가 또 나올 수 있을까요.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놓칠 게 없었어요. 잠자리나 사과도 그냥 있어서 사용했다지만 연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눈에 띈 것 같아요. 또 이 드라마를 통해서 한 번쯤은 엄마들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생각은 하고 있지만 감히 내뱉을 수 없는 얘기를 드라마가 물꼬를 트게 해준 거잖아요.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졌으면 좋겠어요."
-'SKY캐슬'이 제기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어요.
"소재의 생소함이 있잖아요. 입시 코디네이터란 직종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해 찾아봤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으니까요. 이게 정말 존재하는 일인가 궁금하기도 했어요. 근데 주변에 물어봤는데 현실이 더하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모티브가 된 사건들이 있었다니 소름이 끼쳤어요. 적절한 시기에 곯아 터져있는 사회문제를 다뤄주니 시원했어요. 이 드라마를 통해 (코디의 존재를) 알게 된 엄마들의 마음은 오죽하겠어요. 코디를 알아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것도 현실문제잖아요. 그래도 상기시키고 환기한다는 게 대단한 거죠. 필라테스 할 때 갈비뼈를 조이고 3초만 있어도 운동이 되고 배가 들어가요. 그런 것처럼 3초만 생각해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쉬쉬하고 눈치 보던 걸 드러내서 고민하고 좋은 방법을 찾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