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간판' 대형 항공사(FSC)의 작년 영업이익이 곤두박질쳤다. 유가 급등이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너 일가의 각종 '갑질' 파문과 '기내식 대란'도 양 사의 고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2018년 전체 매출 12조6512억원, 영업이익 692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부지표가 좋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2017년 9562억원보다 27.6% 감소했다. 이는 3725억원을 기록한 2014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당기순이익은 -80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처지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3분기 매출액은 1조8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5% 감소한 101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도 밝지 않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695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줄어든 수준이다.
양 사 모두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20~30%를 차지하는 유류비 급등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2018년 유류비는 전년보다 6800억원가량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유류비가 전년 대비 41%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갑질 이슈와 기내식 대란 등 '인재'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사내 회의 중 '물벼락 갑질'과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한진그룹 안주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의 밀수입 사건 역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깎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오너가를 엄정히 조사해 달라는 청원 글이 숱하게 올라 왔다.
아시아나항공도 바람 잦아들 날이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7월 기내식 없이 항공기가 출발하는 사상 초유의 '노 밀' 사태를 빚었다. 그 결과 국내 출발 57편과 해외 출발 43편·국제선 항공편 100편 등이 1시간 이상 지연돼 이용객의 불만을 샀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하청업체 대표가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도 국민의 분노를 샀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노 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대형 항공사의 2019년 전망은 나쁘지 않았다. 사드 후폭풍으로 위축됐던 중국 관광객이 회복되고, 미주·유럽 노선 호조세가 이어져 전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가도 안정세를 그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영업이익 목표를 1조원으로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경우 미주 노선이 늘어나면서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 효과가 지속되고, 지난해에 이어 중국 노선도 추가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 측도 "최근 한한령 이후 중국인 대규모 단체 관광객 유치 등 중국 노선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 노선 호조세 유지와 전통적인 항공업계 화물 성수기 도래에 따라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