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패밀리 레스토랑과 한식 뷔페들이 속속 폐점하고 있다. 치솟은 비용 부담과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 폐점과 리뉴얼에 부리나케 나서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소형 맛집에 밀려 폐점, '도미노' 13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지난해 '빕스' 매장 21개를 폐점했다. 한 달에 2곳가량 문을 닫은 셈이다.
롯데지알에스가 운영하는 T.G.I. 프라이데이스 역시 지난해 2개 점의 문을 닫아 현재는 27개 점만 운영한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2014년 11월 109개에 달했던 매장 수가 실적 부진으로 폐점이 속출하면서 현재 80개로 줄었다.
아예 자취를 감춘 패밀리 레스토랑도 있다. 1995년 국내에 진출한 베니건스는 실적 악화로 2016년 한국 시장을 떠났다. 마르쉐 역시 2013년 마지막 매장이 문을 닫았다.
이들 매장의 성장 시계가 멈춘 이유는 복합적이다.
업계에서는 골목의 맛집을 찾아가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주로 가족 단위 외식 공간인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발길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 시장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입지는 어정쩡하다"면서 "돈을 조금 쓰더라도 맛집을 찾는 수요층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수요층 사이에 낀 처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느 특정 브랜드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것이 문화였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맛집, 나만의 식당 등 소형 매장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대형 매장을 유지하는 비용의 압박까지 더해져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은 도심에서 확장하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도 이들의 성장에 제동을 건 요인으로 꼽힌다. 최저임금 인상과 재료비 상승 등으로 매장을 운영해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점포가 늘고 있어서다. '실속 없는 장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2013년부터 외식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지정돼 이들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의 추가 출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외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한식 뷔페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CJ푸드빌은 지난해 '계절밥상' 매장을 무려 25개나 정리했다. 신세계푸드 '올반'도 지난해 3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이들 업체들은 앞으로도 매장을 더 줄일 계획이다.
그나마 이랜드파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애슐리' 매장 18개를 정리했지만, 11개 매장을 신규 오픈했다. '자연별곡'도 3개 매장을 정리했지만, 1개 매장이 새로 생겼다.
이랜드파크 관계자는 "애슐리와 자연별곡 매장은 상권을 재배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을 닫는 곳이 있는 반면, 새로 오픈하는 곳도 많다"며 "총 매장 수는 자연별곡 43개, 애슐리 110개로 다른 외식 업체들과 달리 가격이 합리적이다 보니 찾아오는 고객이 꾸준히 는다"고 전했다.
가정간편식·고급화로 '돌파구' 생존 위기에 몰리자 외식 업체들은 시장이 커지는 가정간편식(HMR)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CJ푸드빌은 계절밥상 매장에서 판매 중인 불고기·돼지양념구이·국수·씨앗호떡 등 메뉴를 배달해 주기로 했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배달 앱에도 들어갔다. 10만원어치 이상을 매장에서 주문하면 직접 배달도 해 준다.
신세계푸드도 HMR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올반'이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진출했고, 작년에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매장 리뉴얼을 통해 고급화 전략에도 나섰다. 지난해 말 대표 매장인 서울 센트럴시티점을 '올반 프리미엄'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올반 프리미엄은 팔도 한식을 맛볼 수 있는 '한옥'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 즉시 만드는 '더 라이브' 등 5개 코너의 메뉴 85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인테리어도 기존 매장에 비해 더욱 고급스럽게 바꾸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임·파티 등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독립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 빕스는 새로운 컨셉트의 특화 매장으로 변화를 꾀한다. 지난해 6월 제일제당센터점을 샐러드 특화 매장인 '빕스 프레시업'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빕스 프레시업은 샐러드 바 원조 브랜드인 빕스가 오피스 상권에 맞춰 샐러드를 전문화한 곳이다. 지난해 7월에는 명동중앙점을 대학생과 직장인 타깃으로, 수제 맥주 특화 매장인 '빕스 앤 비어바이트'로 리뉴얼 오픈했다. 최근에는 빕스의 넥스트 모델로, 계산점을 새로 오픈했다. '테이스트 업' 컨셉트로 샐러드부터 스테이크·이탈리안까지 각 섹션별 메뉴의 완성도를 전문 숍 수준으로 높였다.
그러나 이 같은 돌파구가 과연 고객을 잡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 미지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외식 시장은 다른 나라보다 트렌드가 빨리 변한다"며 "최근 일부 업체들이 뒤늦게 변신을 시도하지만, 한번 돌아선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