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를 잡은 오승환(37·콜로라도)이 지난 16일(한국시간),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불펜진 번트 연습을 마친 뒤 한 얘기다.
오승환은 타석에 설 일이 적다. 주로 경기 6회 이후 나서는 불펜투수이기 때문이다. 벤치는 대체로 투수 타석에서 대타를 낸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 소속으로 더 많이 뛰었지만, 그의 빅리그 통산 타석은 두 번이다. 모두 삼진을 당했다.
내셔널리그팀 투수들은 타격, 번트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그는 배트를 쥘 때부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처음은 아니지만 말이다. 동시에 다른 투수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생소한 모습 탓에 다른 투수들도 같은 반응을 속에 훈련을 한다.
코치의 배팅볼은 좀처럼 배트 중심에 맞지 않았다. 먹히거나 빗맞은 타구가 계속 나왔다. 오승환도 '생각처럼 되지 않는 않다'는 느낌으로 제스추어를 취했다.
그러나 이내 적응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이 이어지자 배트 중심에 맞는 타구가 나왔다. 공이 선상을 타고 절묘하게 흐르자 동료들은 응원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KBO리그에서 뛴 아홉 시즌은 물론, 일본 리그에서도 번트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 타자, 또는 선발투수만큼 절묘한 타구가 나오기 어렵다. "타석에 선 모습이 생소하다"로 전하자 "나도 그렇다"며 웃어보였다.
이후 오승환은 1, 3루 번트 대비 훈련과 폭투 또는 포일 상황에서 공이 뒤로 빠졌을 때 홈 커버를 하는 연습을 했다. 이 때는 능숙했다. 배움도 있었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코치가 가급적이면 주자와 충돌하지 않도록 누상 주자가 슬라이딩 하는 길목을 막지 않도록 움직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