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율을 놓고 카드사와 마찰을 빚어 온 현대·기아자동차가 '가맹 계약 해지'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에 앞으로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구입할 수 없게 된다. 현대차의 이번 결정이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카드사와 신경전을 벌이는 통신·유통 업계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현대차, 5개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 해지 통보
현대·기아차는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 신용카드사 5곳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4일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수수료율 인상을 강행했다"며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와 오는 10일부터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오는 11일부로 계약을 해지한다.
앞서 카드사들은 "이달부터 연 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말 대형 가맹점 2만3000곳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현대차 역시 카드사로부터 1.8%대였던 카드 수수료율을 1.9% 중반대로 올린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두 차례나 이의제기 공문을 발송,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협상을 계속하자고 요청했다.
현대차는 카드사에 인상된 수수료율 적용을 유예하고, 수수료율 협상을 통해 공정한 수수료율을 정한 뒤 이를 소급 적용하자는 협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인상 근거에 대한 명확한 자료와 설명을 제시하지 않고 지난 1일 수수료율 인상을 진행했다.
이에 현대차는 신용카드사 5곳과 계약 해지를 결정하고, 10일부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현대차는 "유예기간과 해지 이후라도 카드사들이 요청할 경우 수수료율 협상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가맹점 표준약관 17조에 따르면 가맹점은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했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약 해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카드사들에 수수료율에 대한 근거 자료 제시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카드사들은 3월 1일부터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일관했다"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주일간의 유예기간를 두고 10일부터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대차는 제안을 수용한 BC·NH농협·현대·씨티카드와는 기존 수수료율을 유지한 상태에서 적정 수수료율을 협상하기로 했다. 기아차도 BC·NH농협·현대카드와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하며 협상을 진행한다.
고객 불편 불가피…다른 업계로 번질지 주목
현대·기아차의 이번 결정으로 당장 신용카드로 신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 금액 기준 국내 1~3위 사인 신한·삼성·KB국민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약 60%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의 점유율까지 고려하면 70%를 넘어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카드사 외 자동차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고객들이 고려할 수 있는 금융상품 폭도 줄어들게 된다"며 "이로 인해 고객들이 불필요한 카드를 신규 발급하는 등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다른 대형 가맹점들의 계약 해지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통신·유통 업계 등도 카드사의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하기 때문이다.
실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개 사와 이마트·롯데마트·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은 카드사가 통보한 수수료 인상안에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들은 "인상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추가 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가맹점들의 압박에 카드 업계는 계약 해지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로부터 일주일 이후 가맹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가맹점 계약 해지로 고객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협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