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스튜디오의 2019년 첫 작품이자, 첫 여성 솔로 무비인 '캡틴 마블(에너 보든, 라이언 플렉 감독)'이 5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캡틴 마블'은 1995년 공군 파일럿 시절의 기억을 잃고 크리족 전사로 살아가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지구에 불시착하고, 쉴드 요원 닉 퓨리(사무엘 L.잭슨)와 힘을 합쳐 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브리 라슨을 향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욱 깊었다. 마블 코믹스 원작 속 캡틴 마블의 모습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서부터 일각에서 논란이 제기된 페미니즘 발언 등이 북미에서 심상치 않은 문제가 됐다. 이는 곧 '캡틴 마블'을 향한 평점 테러로 이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쉽지 않은 자리다.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의 주인공이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우주 최강 빌런 타노스와 맞서야 하기에 보통의 히어로와는 달라야 했다. 압도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브리 라슨은 '보란듯' 잘해내야 했다.
결론적으로 브리 라슨은 미스 캐스팅 논란을 날려버릴 정도로 제 몫을 소화했다. 9개월간 복싱, 킥복싱, 유도, 레슬링, 주짓수 등 다양한 운동을 배우며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친 결과물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한, 걸크러시라는 단어로 충분히 표현 못할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손이 묶인 채 혼자 수십의 적을 무찌르고, 달리는 지하철은 물론 우주선 지붕에도 매달린다. 첫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에서 '여성'이라는 수식어는 빼도 좋을 정도다. 다른 여성 히어로들에게 엿볼 수 있는 섹시함 따윈 망설임 없이 버렸다.
'캡틴 마블'에는 브리 라슨을 비롯해 주드 로, 아네트 베닝, 벤 멘델슨 등 아카데미 시상식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출연진이 대거 등장한다. 먼저 주드 로는 크리의 정예부대 스타포스의 사령관을 연기한다. 지구에서의 기억을 잃은 캐럴 댄버스에게 비어스라는 이름을 건넨 스승과도 같은 존재다. 아네트 베닝은 슈프림 인텔리전스라는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크리의 전사들이 정신을 단련하기 위해 만나는 AI다. 각자가 가장 존경하는 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AI로, 아네트 베닝은 비어스(캐럴 댄버스)가 가장 존경하는 이의 모습을 연기한다. 벤 멘델슨은 크리족과 전쟁을 벌이는 스크럴의 리더 탈로스로 분한다. 매우 입체적인 인물로, 벤 멘델슨은 초록 얼굴의 외계인으로 변신했다.
'캡틴 마블'에 새로운 얼굴들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마블 팬들에겐 반가운 닉 퓨리 국장님이 주름 하나 없는 얼굴로 등장한다. 쉴드 요원이 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20년 전의 닉 퓨리다. 언제나 무표정했던 닉 퓨리는 '캡틴 마블'에서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닉 퓨리가 안대를 착용하지 않고, 한쪽 눈을 다치기 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의 시작과 끝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을 담는다. 지구를 구할 어벤져스의 시작이자 타노스와 최후의 대결이 담길 '어벤져스: 엔드 게임'의 시작이다. 마블의 팬이라면, 혹은 '어벤져스' 시리즈를 모두 챙겨봤다면 극장으로 향하지 않고는 못 배길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처음 만나는 히어로, 낯선 브리 라슨, 검은 안대를 하지 않은 퓨리 국장. 한번쯤 의심해볼 만한 조합이지만, 마블이 누구인가. 의심하지 말지어다.